선후관계 ‘인과로 착각’ 경계 속담
정치인, 교묘히 이용해 갈등 조장
국민 감정적 반응 유도에 능숙해
비판적 사고·균형 잡힌 시각 필요
희생양 아닌 변화 이끄는 주체돼야

한국 정치를 보면, 오비이락(烏飛梨落) 설화를 떠올리게 된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억울한 까마귀라고 주장하거나, 상대를 독수리로 규정하며 끊임없이 갈등을 조장한다. 그러니 얼핏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사실은 조작하고 논리를 왜곡시켜 국민을 선동하는 데 불과하다.
오비이락은 원래 단순한 선후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논리적 오류를 경계하는 속담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여기에 동조한 국민은 각자의 진영 논리에 빠져 정치권의 프레임에 휘둘리며 거리로 나선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반복될수록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사회적 합의의 원칙이 사라지고, 오직 충돌만 남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어떻게 해야 이 정치적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보다 합리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오비이락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데 능숙하다.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마치 그것이 상대 진영의 잘못 때문인 것처럼 인과관계를 조작해 여론을 움직인다. 예를 들어, 특정법안이 통과된 후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법안 자체의 문제인지, 혹은 다른 요인이 있는지를 따지기 전에 먼저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식이다. 반대로 경제가 좋아지면 그것이 자신들의 정책 덕분이라며 과장하기도 한다. 이는 명백한 오비이락의 논리적 오류이다. 그러니 국민은 정치인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객관적인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여러 자료를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편향된 정보 소비를 줄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는 특정 정치 성향을 강화하는 뉴스, 유튜브, SNS 콘텐츠가 쏟아진다.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맞는 정보만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이는 더 극단적인 진영 논리를 형성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문을 읽을 때 특정 언론사의 기사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 성향의 언론 기사도 비교하며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SNS에서 확산되는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논리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또한 거리의 정치에서 벗어나 제도적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정치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마다 거리 시위와 집회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문제 해결보다는 진영 간의 적대감을 심화시킬뿐이다. 거리에서 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때는 단순한 감정적 충성도가 아니라 해당 정당이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민이 정치적 갈등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오비이락의 논리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인들의 꼼수에 국민이 쉽게 휩쓸려 감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스스로 정치적 갈등의 도구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정치적 싸움이 끝없이 반복되는 사회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이 정치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민이 보다 성숙한 태도를 가지고 자신들의 권력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치문화를 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는 국민의 것이며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정치의 질을 결정한다. 이제는 국민이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아닌,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협의회 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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