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권리관계 제시 등 조항 신설
계약땐 근저당 설정 시점 유의 필요
주택세입자 발언 대회 “특별법 만료
연장 당부… 예방책 아직도 부족해”

“전세사기 문제 해결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던 당신의 뜻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건축왕’ 남헌기(63)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신변을 비관한 청년이 2년 전 숨졌다. 그는 ‘정부 대책이 실망스럽고 자신의 죽음으로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2주기를 맞아 지난 주말인 22일 오후 3시께 서울 광화문에서 ‘주택세입자 발언 대회’를 열었다. (2월22일 인터넷 보도)
그의 죽음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유사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제도 변화도 생겼다.
이날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오는 5월이면 한시법인 전세사기 특별법의 시효가 만료되지만, 아직 연장 결정은 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세사기 예방책들은 이전보다 세입자들에게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것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집주인의 정보 제공 의무 확대
집주인과 세입자의 ‘정보 불균형’이 전세사기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2023년 4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일부 개정됐다. 전세 계약 시 집주인은 ‘선순위 권리관계’에 대한 정보와 ‘납세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계약 전에 세입자의 정보 공개 요청에 동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선순위 권리관계와 납세증명서는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다. 계약하려는 주택에 자신보다 먼저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가 있다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 변제 순서는 후순위로 밀린다. 또 집주인이 세금을 미납해 전셋집이 압류되면 경매로 넘어갈 위험성이 커진다.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보증금 정보가 담긴 ‘확정일자 부여 현황’과 국세·지방세 체납 정보를 담은 납세증명서는 관공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보들은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를 얻어야만 확인할 수 있는데, 법 개정 전에는 집주인의 의무가 아니었다.
문제는 집주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인중개사에게도 전세사기 예방 의무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는 부동산 계약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이 많았다. 일부 공인중개사는 “중개 매물에 문제가 없다”고 이들을 속이는 등 전세사기에 가담하기도 했다.
이에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공인중개사의 책임도 강화됐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세입자에게 중개대상물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 집주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정보 등을 설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내용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고 집주인, 세입자, 공인중개사가 서명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엔 6개월 이내 자격정지 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세보증금 보호 강화에도 여전한 한계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소액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는 ‘최우선변제금’ 제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인천지역 소액임차인 기준은 기존 1억3천만원 이하에서 1억4천500만원 이하로 상향됐다. 최우선변제금액도 4천300만원에서 4천800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소액임차인 기준은 집주인이 근저당을 설정한 시점의 시행령을 따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25년 인천에서 소액임차인 기준인 1억4천500만원 이하에 전세계약을 했더라도 집주인이 근저당을 2022년에 설정했다면 그해 소액임차인 기준인 1억3천만원 이하에 따라 최우선변제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