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군수와 면담 ‘탄원서’ 제출
확성기 피해 보상·특별법 등 주장
국방부 등에 목소리 직접 전달 계획
방음창 설치놓고 주민 갈등 우려도

북한의 소음공격이 벌써 8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측과 북측의 확성기를 이용한 상호 심리전을 조속히 중단해달라”는 숱한 요구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자 인천 강화군 주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23일 강화군과 대북·대남 방송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송해면 이장단 등 주민 10여 명은 박용철 강화군수를 만나 ‘대북·대남 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했다. 대북·대남 방송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무너진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탄원서 제출 이유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장기간 소음으로 주민들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물론이며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조용한 환경 속에서 건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대북·대남 방송 즉각 중단, 접경지역 지원특별법 개정, 소음 피해에 대한 정신·육체·경제적 보상을 원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말부터 8개월째 북한 소음에 노출된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주민 피로도는 극심한 상황이다. 실제 수면 부족으로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이들을 찾기 어렵지 않다. 체감하는 정부의 정책 이행 속도는 더디고, 관계 기관 대응도 소극적이다 보니 주민들의 인내심은 여러모로 한계에 이르렀다. 한동안 밤에만 들렸던 소음은 다시 강도를 높여 밤낮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국방부·합동참모본부·행정안전부·대통령실 등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대북·대남 방송 대책위원장을 맡은 송해면 주민 이경선씨는 “주민 고통을 이야기해도 법적·행정적 근거가 없다는 식의 똑같은 답변만 한다. 주민들은 이제 더 버티기 힘들다”면서 “머리띠를 두르고 버스라도 빌려서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주민 갈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천시와 강화군은 긴급 예산(예비비)을 투입해 방음창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소음 피해가 심각한 송해면 35가구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고, 현재까지 약 20가구에 방음창이 설치됐다. 예산이 한정된 상황이다 보니 방음창 설치 기회를 얻지 못한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방음창을 설치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주민들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소음공격을 해결할 정부 차원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강화군은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중앙부처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주민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한다. 정부에 대북 방송 중단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며 “현 피해 상황을 정부에 다시 알리고, 주민 입장에서 함께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