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느린 정부에 여론 급격 악화

北 소음 더 멀리, 오래 들려 ‘고통’

대북방송 일시중단 요구… 軍, 외면

세부 지침 마련까지 시간 필요할 듯

북한 소음공격 스피커. /경인일보DB
북한 소음공격 스피커. /경인일보DB

북한 소음공격 피해를 입고 있는 인천 강화지역 주민 여론이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8개월째 소음이 이어지고 있는데, 소음은 여전하고 정부 대응은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중단하기를 원하는 대북 방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관련 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무엇 하나 나아지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가장 큰 고통인 소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소음 강도가 세지고 소음을 내보내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송해면을 비롯한 접경지역에서만 소음이 들렸다면 지금은 더 멀리 떨어진 강화읍에서도 소음 피해를 겪고 있다는 주민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동안 낮에는 멈췄던 소음이 이제는 밤낮으로 이어진다.

북한 소음공격을 멈추기 위해 일단 남측의 대북 방송이라도 일정 기간 중단하자는 것이 주민들 요구다. 대북 방송 중단이 가장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 주민이 많은데, 국방부는 묵묵부답이다.

군(軍)은 대북 방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작전은 오물·쓰레기풍선, GPS 교란, 군사분계선(MDL) 근접 활동 등 북한의 도발 행위와 정전협정 위반, 탄도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유엔 결의 위반에 대한 자위권적 군사 대응 조치라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대북 방송이 필요하다”면서 “대한민국 헌법에 기초해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들께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사실을 알려줘 북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음 피해 주민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해식(민·서울 강동구을), 모경종(민·인천 서구병), 배준영(국·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국회의원이 지난해 10월31일, 11월7일, 11월8일 각각 발의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일부 개정안’은 처리 일정이 불확실하다. 개정안은 소음 피해 주민에게 ‘정주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해당 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민방위 사태에 이르지 않아도 적(敵)의 직접적 위해 행위로 인해 생명, 신체 또는 재산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해 국가가 피해액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민방위 기본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입법 예고를 거치고 있다.

세부 지침까지 마련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송해면 주민 안미희씨는 “전화·인터넷 등으로 민원을 제기해도 관계 기관은 의미 없는 답변만 하고 있어 지친 지 오래”라며 “관계 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주민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