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환경개선 등 실효성 문제”

법조계·시민단체 “피해자 보호해야”

 

의료개혁특위 기소체계 개편 검토

現 응급의료법 등 형감면 규정 명시

내달 6일 국회 입법토론 초안 공개

11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5.2.1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1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5.2.1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정부가 필수의료 의사의 형사 책임을 일부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검토안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환경 개선이 어렵다며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지만, 법조계와 시민단체는 사법 형평성과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2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필수의료 영역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의 기소 체계를 개편하는 법안 검토에 착수했다. 해당 회의에서는 필수의료 진료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 기소하도록 조정하는 방안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의료사고 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체계 마련도 논의한 상황이다.

해당 검토안이 실제 법안 발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나, 논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순한 정책 검토를 넘어 첨예한 의견 대립이 발생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계는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형민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개혁특위가 논의했다는 법안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하면 결국 기소되는 구조다. 해외에는 의료사고 면책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지켜도 면책받기 어렵다”며 “과도한 소송들이 법원으로 가고 있으며, 애초에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도 10~20년이 걸리기에 실질적인 대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5.2.1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1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5.2.1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더욱이 지난 6일 광주고법에서 응급 수술 중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의료과실을 인정한 판결을 낸 이후 의료계는 항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법원은 “중심정맥관 삽입 과정에서 동맥을 건드릴 가능성은 있으나, 동맥을 관통해 대량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숙련되지 않은 전공의의 과실로 관통상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번 판결이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숙련되지 않은 전공의의 과실을 문제 삼는다면, 전공의는 어디에서 어떻게 숙련되는가”라고 반발했다.

반면 법조계와 시민단체는 의료진의 형사 책임이 과도하게 면제될 경우 사법 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내다봤다. 의료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 위험과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은 구분돼야 하며, 최근 광주고법의 판결은 과실이 입증될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이기에 감정적인 판단이 아닌 명확한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행 응급의료법 등에는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형 감면 규정과 반의사불벌 특례가 명시돼 있다.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 변호사는 “필수의료 기피가 의료사고 처벌 우려 때문이라는 주장은 통계적 근거가 부족하며,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은 무리다. 의료사고 시 의료진이 과하게 처벌된다는 주장도 공식적인 집계가 없어 근거가 빈약하다”며 “오히려 필수의료 기피의 원인은 미용·비급여 진료로 의사들이 몰리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미용 등 비급여 시장을 더 강하게 규제했다면 필수의료 인력 유출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해당 법안은 의료계와 법조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6일 열리는 국회 입법토론회에서 초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