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이 동력을 잃고 헤매고 있다.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GH(경기주택도시공사) 구리 이전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 편입 추진은 현실성이 없다고 방관하던 경기도가 처음으로 책임을 물어 역공에 나선 것이다. 도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서도 “지방분권에 역행하지 말고, 구리·김포 서울 편입 추진 포기를 선언하라”고 경고했다.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은 본연의 취지가 퇴색된 채 정치 갈등의 소재로 전락했다.
경기도의 산하 공공기관 북부 이전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에 추진됐다. 경기도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북부 지자체에 단계적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추진되다 보니 실행은 후임인 김동연 지사에게 넘어갔다. 문제는 공공기관 이전과 김 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공약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김 지사가 두 정책을 모두 욕심내면서 상황이 꼬였다.
GH 이전 예정지 구리시의 서울시 편입 의지는 변수로 등장했다. 이웃 지역인 남양주시는 “구리시의 GH 이전 명분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다산신도시를 신규 이전지로 선정할 것을 촉구했다. 남양주시의회가 지난 10일 건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주민들도 거들고 나섰다. 구리시의회에서도 난리가 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백경현 시장에게 임시회 본회의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백 시장 측은 거절했고, 결국 본회의는 파행됐다. 급기야 지난 20일 도의회에서 전면 재검토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천억 원을 들여 지난해 수원 광교에 청사를 신축한 GH와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짐을 풀자마자 경기북부로 옮겨야 한다. 이후 경기북도가 설치된다면 다시 짐을 싸서 남부로 돌아와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이뿐인가. 이전 기관 임직원들은 생계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중차대한 문제다. 기관이 빠져나가는 지역 경제의 부정적인 여파도 고려해야 할 일이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번번이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서는 것은 논리와 명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기도가 GH 구리시 이전을 전면 중단하려면, 양립불가한 경기북도 분리와 공공기관 이전 동시추진에 대해서도 결단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의 명분과 비전이 희미해지고 실행계획은 표류한다. 이전 정책의 현실성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