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폭언 등에 시달린 직장인
정당한가 판단할 수 없어 ‘답답’
인천북부지청 “알릴 근거 전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징계 등 어떠한 처분이 내려졌는지 피해자는 알 권리가 있지 않나요?”
인천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는 상사의 지속적인 비하 발언과 폭언에 시달리다 지난 2023년 11월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사측의 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A씨는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 진정서를 냈다.
이 사건은 그해 11월 직장 내 괴롭힘이 일부 인정되며 종결됐다. 이런 경우 조사를 담당한 근로감독관은 해당 사업장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개선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도한다. 사측은 통상 개선 조치 일환으로 가해자에 대한 징계 처분 등을 내린다. A씨는 “근로감독관이 가해자에 대한 회사 측의 징계가 내려졌다고 통지만 했을 뿐 어떤 징계인지 등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을 보면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확인된 자에 대해 징계 등 필요 조치를 해야 하고, 조치 전 피해자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징계 내용을 피해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내려진 징계 등 처분 결과를 알 방법이 없고, 징계 양정에 불복해 이의제기를 할 수도 없다.
A씨는 “신고 후 사건 처리 기한 연장 통보를 두 번이나 받아 답답했는데, 가해자에 대한 처분 내용도 알지 못한 채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 사건을 대리한 ‘노무법인 필’ 박경환 노무사는 “가해자가 받은 징계가 정당한지를 피해자가 판단하기 위해서는 징계 내용 등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피해자가 그런 판단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건 법적인 허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북부지청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사업장이 내린 조치가 적당한지 파악한 후, 결과를 피해자에게 알려주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서도 “구체적 징계 양정은 가해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다. 피해자라고 할지라도 알려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