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처로 빔 올리던중 사고 추정”
“고난도 공법, 하중초과 의심도”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량 상판이 무너져 상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10명이 추락해 4명이 숨졌다. 국가적 자원이 투입되는 대형 토목·건설 현장에서 유사한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두고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교량 상판 잇따라 무너져…주민들 혼비백산
2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9분께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용천교 건설현장에서 다리 기둥에 올려놓았던 상판 4개가 잇따라 붕괴했다. 이 사고로 교량 위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10명이 바닥으로 추락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망한 4명은 모두 남성이며, 한국인 2명·중국인 2명으로 각각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사고가 교량 구조물 인양 장비(런처)를 이용해 상판 구조물인 ‘빔’을 교각에 올리던 중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행선 빔 설치 뒤 하행선 설치를 위한 준비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붕괴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 관계자의 발언에 비춰보면 런처를 하행선 쪽으로 옮기는 작업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초현실적 참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하만례(70)씨는 “텃밭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와장창’ ‘쾅쾅’ 하는 소리가 나 뒤를 돌아보니 뿌연 먼지가 눈앞에 가득했다”며 “몇 초 뒤 다리가 내려앉은 모습을 보자마자 주저앉은 채 그만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김어준(75)씨는 “처음에는 지진이 난 줄 착각했다”며 “평소 출근길에서 이런 붕괴 사고가 났다는 게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무안서 외벽 기운 아파트로 물의
현대엔지니어링, 1년 만에 또…
고용부, 중처법 위반 여부 조사

■ ‘후진국형 참사’ 되풀이… “철저히 조사해야”
대규모 자원과 인력이 동원되는 토목·건설현장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시흥시 월곶동의 시화MTV 서해안 우회도로 건설현장에서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날 안성 교량 공사 시공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해 4월 전남 무안군의 아파트 시공을 맡았다가 외벽이 기우는 것을 포함해 무려 5만건의 하자가 발견돼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동호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회장은 “사고 현장에서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빔 런칭’ 공법은 특수 시공법이기 때문에 난도가 높고 제약이 많은데 하중 초과 등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시점의 상황, 공사 단계 등이 계획대로 추진됐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현장에 감독관을 급파하고 해당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 원인 조사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파악할 방침이다. 경기남부경찰청도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7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 및 관련자 조사 등으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체 134㎞인 서울세종고속도로는 크게 수도권(안성~구리·총길이 72㎞), 비수도권(세종~안성·오송 지선 포함 62㎞) 구간으로 나뉜다. 수도권 구간은 지난달 1일 개통됐으며, 세종∼안성 전체 구간은 오는 2026년 말 준공 예정이다. 사고가 난 지점은 세종∼안성 구간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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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영·조수현·민웅기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