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 작업 중이던 인력 10명 사상

2017년 환경영향평가 설정과 차이

터널 개수 적고 교량 길이 짧아져

용지 보상·민원 피하려 했을 수도

교량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의 9공구 노선이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당시 계획된 노선이 아닌 다른 대안이 채택돼 추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터널 개수가 적고 교량 길이가 더 짧은 노선이 채택된 걸 두고 추가적인 이유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국립환경과학원의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완료된 ‘세종포천(세종~안성)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노선별 평가서에는 9공구의 사업계획이 양대리, 산평, 북산마을을 이격하는 ‘대안1’이 계획노선으로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난 지점은 평가서에서 ‘대안2’로 적힌 양대리, 산평, 북산마을을 저촉하는 노선이다. 9공구는 안성시 서운면 인리에서 충남 천안시 입장면 양대리까지를 잇는 4㎞ 정도로, 이날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포함된 노선이다.

25일 오전 안성시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 공사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져 내려 인부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잔해가 널브러진 채 처참한 모습을 보이는 사고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인명 수색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5.2.2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5일 오전 안성시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 공사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져 내려 인부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잔해가 널브러진 채 처참한 모습을 보이는 사고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인명 수색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5.2.2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9공구의 대안2 노선은 7개소에 840m 교량과 1천m 길이의 터널 1개가 계획돼 있다. 반면 기존의 계획노선인 대안1은 7개소 1천180m 길이 교량과 1천230m의 터널 3개가 구상돼 있었다.

이날 오전 9시49분께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안성 구간)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 4개가 떨어져 내렸다.

이에 상부에서 작업 중이던 10명이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국책사업 등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두 대안의 검토의견을 보면 “대안2는 양대리마을, 산평마을, 북산마을이 저촉되며 입장터널 구간 외 절취고 30m 이상 토공 통과로 환경 측면 불리함”이라고 판단됐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통상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주는 영향 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환경적 측면에서 대안1이 더 긍정적으로 나왔음에도 대안2가 결정된 건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준수사항 등의 조건 이행이 붙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보통 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용지 보상과 주민민원 등을 이유로 민가를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터널을 3개 뚫는 것 대신 터널 1개로 민가를 통과하는 대안2로 결정했다는 건 다른 고려사항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상자 6명은 아주대병원과 단국대병원, 한림대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일부는 중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