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정책 영향 경기 위축
한미 금리차 1.5→1.75%p 벌어져
더 내릴땐 환율·물가상승 등 우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끌어내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러한 수치를 두고 “‘뉴트럴한(중립적인)’ 수준”이라며 “향후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모두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이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한 배경에 대해 “지난 1월에는 계엄 사태 등 국내 상황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이번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현재는 관세 부과 시기가 앞당겨지고, 관세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내렸고,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평균도 최근 1.6%까지 떨어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경제 심리 위축, 미국 관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며 “향후 성장경로에서 주요국 통상정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방향, 국내 정치 상황 변화, 정부 경기부양책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세계 여러 나라들도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경기 침체 등에 대응해 전반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호주중앙은행(RBA)이 지난 18일(현지시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p 낮췄고, 인도중앙은행(RBI)도 7일 약 5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멕시코중앙은행(Banxico)도 6일 4년여 만에 0.50%p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Fed가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 등에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만 계속 내리게 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 및 환율·물가 상승,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나온다. 이날 금리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차이는 1.50%p에서 1.75%p로 다시 벌어졌다.
한편 내년 성장률 전망치 1.8% 유지와 관련해 이 총재는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낮은데 우리 혼자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의 실력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산업을 도입하지 않은 점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총재는 “금리로 모든 경기 문제를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올해 1.5% 이상 성장하려면 재정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