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시국선언 소식에 찬성집회 맞불

“제자 지키러” 교수도 반대 집회 참석

인하대 양측 펜스 설치하고 안전 조치

2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안전팬스 사이로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안전팬스 사이로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하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26일 오후 1시 인하대 인경호 앞 광장에 인하대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 등 100여 명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지켜내자!’ ‘민주주의 파괴세력 OUT’ ‘쿠데타 옹호세력 물러가라!’ 등의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치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동구·미추홀을 지역위원장과 김대영(비례) 인천시의원이 집회에 함께 했다.

이날 탄핵 찬성 집회는 앞서 인하대 학생들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열린 ‘맞불 집회’다. 탄핵 찬반 집회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열리며 “윤석열을 탄핵하라” “불법 탄핵 규탄한다” 등 여러 구호가 뒤섞였다.

탄핵 찬성 집회를 주최한 이서영(23학번·의학과)씨는 “저들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한 인경호, 이 자리는 인하대 선배들이 민주화를 위해 맞서 싸웠던 장소”라며 “이런 역사를 가진 곳에서 쿠데타를 옹호할 수 있느냐”고 반대 집회 참가자들을 비판했다. 집회에 함께 참여한 최규진 의과대 교수는 “계엄 사태를 겪으며 민주주의는 우리가 맞서 싸워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2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안전팬스 사이로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안전팬스 사이로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같은 시각 탄핵 찬성 집회 측과 3~4m 떨어진 자리에선 탄핵에 반대하는 학생 등의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탄핵 반대 집회 측에는 인하대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을 비롯해 외부에서 온 이들까지 150여 명이 운집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손범규 인천시당 위원장과 이행숙 서구병 당협위원장, 심재돈 동구·미추홀구갑 당협위원장 등도 얼굴을 비췄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인하대 재학생들은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설립된 인하대에서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대교(22학번·컴퓨터공학과)씨는 “인하대를 세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을 보고 일어나지 않은 백성은 죽은 백성’이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가 침묵하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인하대가 탄핵 반대를 외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다빈(14학번)씨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지, 반국가 세력의 거짓과 선동에 무릎 꿇을지 선택해야 한다”며 “이승만 대통령의 정신을 잊지 말고, 인하대를 애국의 전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2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반대 집회에 참여한 정동수 인하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기성세대가 아닌, 지금 집회에 나온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나라인 만큼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탄핵 반대 선언에 나선 인하대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날 양쪽 집회 일부 참가자가 서로 옷깃을 잡고 실랑이를 벌이거나 말싸움이 있었지만 물리적 큰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인하대 측은 두 집회 현장에 펜스를 치는 등 안전 조치를 했다.

/조경욱·정선아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