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구 승천천교 등 54개의 교량 중 6개 공사

장헌산업, 19개 업체 22개 공법 중 최다 선정

구조 효율성 높고 비용 절감의 ‘장점’ 있지만

전문성 높고 위험성이 큰 공법이라는 의견도

26일 오후 전날 발생한 붕괴사고로 사망자 4명을 포함해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2.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6일 오후 전날 발생한 붕괴사고로 사망자 4명을 포함해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2.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용된 공법이 해당 고속도로 안성 구간에 반영되는 공법 중 가장 많은 수의 교량에 선정돼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해당 공법에 대해 공사 ‘전면 중지’를 지시하는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공법 자체와 선정 과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서울세종고속도로 세종∼안성의 교량 부문 특정공법 심의 결과 장헌산업의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DR거더 공법)은 54개의 교량 중 6개가 선정됐다.

이번 붕괴사고가 발생한 9공구의 입장2교(현 청룡천교)뿐 아니라 입장3교, 5공구의 승천천교·동천안JCT R-D교·동천안JCT R-F1교 그리고 오송지선에 오송1교(현 전동교)다.

장헌산업의 DR거더 공법은 해당 고속도로의 특정공법에 선정된 19개 업체의 22개 공법 중 가장 많은 선정량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오후 전날 발생한 붕괴사고로 사망자 4명을 포함해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2.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6일 오후 전날 발생한 붕괴사고로 사망자 4명을 포함해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현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2.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한국도로공사는 세종~안성 구간의 교량 분야 특정공법 소위원회를 열고, 외부 위원이 포함된 심의위원회를 거쳐 각 공구의 교량별 공법을 정했다. 2조원 이상의 대형 국책사업에 반영되는 특정공법 수주 기회가 흔하지 않아 당시 신기술을 지닌 업체 대부분이 입찰에 뛰어들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교량 붕괴 사고로 공법 자체에 대한 안전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DR거더 공법과 동일·유사한 공법을 반영하는 현장 공사를 전면 중지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 현장은 공법 심의에서 수주된 오송지선 전동교와 대산당진고속도로 대호지교와 함양합천 하금천교로 등 3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DR거더 공법은 교각 사이를 잇는 상판과 보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지상 크레인이 거더를 들어 올려 설치하는 반면 DR거더는 특수 설치장비인 런처를 활용해 거더를 양옆에서 밀어 설치하는 기술이다.

구조 효율성이 높고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꼽혀왔지만, 전문성이 높고 위험성이 큰 공법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오후 전날 발생한 붕괴사고로 사망자 4명을 포함해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2.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6일 오후 전날 발생한 붕괴사고로 사망자 4명을 포함해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2.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고속도로 현장관리자 이력이 있는 업계 관계자 A씨는 “이번 사고는 거더를 가설하는 작업 중 발생했는데, 런처장비가 특수장비이자 고위험장비인 만큼, 조립 및 설치가 완료되면 발주자 등에 심의를 받아야 한다”며 “공법을 시공할 때도 관련 계획서와 안전 방법 등을 수차례 제출해야 하는 만큼, 안전 관련 절차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2조 규모의 국책사업에 가장 많은 특정공법으로 선정된 이유와 과정에 대한 의문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법은 2016·2017년 2년 연속 최다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고속도로 등 국책사업들의 입찰 평가 방식에 문제점이 자주 있었다”면서 “사실상 공법들은 특허를 갖거나 신기술로 지정돼 있으면 조건은 똑같다. 이렇기에 심의 위원들이 정해지면 업체들은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로비 등) 외부적 요인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