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주택도시공사(GH) 구리시 이전 절차가 중단되면서 구리시가 시끄럽다. 지역에 굵직한 공기업이 들어오느냐 마느냐에 대한 이슈라 지역 정치권이 이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건 필연이다. 그러나 여야의 공방과는 별개로 구리시장은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GH 구리 이전 절차 중단을 발표할 때까지 아무런 사전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데 대해서는, 이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데 대해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기자가 가장 황당했던 건 시의 보도자료다. 시는 경기도가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보도 이후 남양주시가 재빠르게 이를 낚아채려 하자 지난 18일 오후 시장 결재를 얻어 “경기도 관계자 확인 결과 내부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 구리시 이전 백지화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사실과 무관한 사항으로 GH 이전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문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그로부터 3일 뒤인 지난 21일 ‘이전절차 중단’이라는 경기도 발표가 나왔다. 그러면 지난 18일 보도자료에 등장한 ‘경기도 관계자’는 누구란 말인가. 시 관계자는 ‘실무진’이라고 답했다. 실무진과 실무진의 대화에서 정책적 변화나 결정을 알기는 어렵다. 게다가 규모 있는 사업이 위태롭다는 보도가 쏟아지는데도 경기도의 속내를 ‘실무자’에게 물었다는 데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정치권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시의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부시장의 부재 장기화’를 원인으로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의원의 발언을 차치하고라도 국민의힘에서도 경기도와의 소통 부족이 문제라는 얘기를 한다.
시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시는 GH 유치가 풍전등화에 놓였다는 보도가 왜 나오는지 알지 못했다.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지사의 문제 의식은 꽤 됐고, 지난달 재검토를 지시했다지 않나. 부시장이 없다면 그 누구라도 경기도와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했어야 한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실책을 낼 수는 없지 않은가. 경기도의 결정을 탓하기 전에 함께 일하는 파트너의 동향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보가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권순정 지역사회부(구리) 차장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