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하북리 일대 200m 늘어져
수거 약속에 폭설 철거물 야적
“국비 3월 내려보내” 지연 난색
농번기 맞은 농가들, 발만 동동

26일 찾은 평택 진위면 하북리 일대. 흡사 ‘쓰레기 산’이 연상될 정도의 폐기물 더미가 봄철 농번기를 앞둔 논밭 위에 쌓여있다.
성인 남성 키의 2~3배 높이로 쌓인 폐기물 더미는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에서 하천을 낀 반대편 길가까지 200m 정도를 마치 둑처럼 길게 이어진 상태다.
해당 폐기물들은 인근 12개 이상의 농가에서 비닐하우스 등을 철거하며 발생한 쓰레기다. 지난해 11월 폭설로 무너진 농가들은 정부가 국비를 투입해 피해복구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들을 수거·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해 한 곳에 모아놨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에 폐기물들이 쌓이고 방치되며 산처럼 쌓인 셈이다. 문제는 예산 지체 등을 이유로 사업 추진이 더뎌지면서 당장 다음 주부터 경작을 준비해야 하는 농가들의 손발이 묶인 점이다.
마을 이장 황모씨는 “농번기를 앞두고 얼른 무너진 곳들의 철거를 마쳤지만, 지금 한 달 이상 폐기물을 쌓아놓은 채 기다리고 있다”며 “각자 자신의 집 앞과 토지 위에 쌓아둔 사람도 있고, 여기처럼 한 사람이 희생해서 모아둔 곳도 많다. 이곳의 토지주도 3월부터 농사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모아둔 폐기물들을 처리도 못 하고 각자 다시 가져가야 할 판이다”라고 토로했다.
대규모 폭설 피해 농가들은 정부의 재난지원금(2월3일자 3면 보도)뿐 아니라 100억원 이상의 폐기물 처리사업도 예산 등이 지지부진해 복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개 시군(용인·화성·평택·안성·여주·이천) 등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며 165억원 정도 규모로 ‘육상쓰레기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선정한 업체를 통해 폭설에 붕괴한 비닐하우스와 창고 등 시설물 철거 중에 발생한 폐기물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며 전액 국비가 투입된다.
그러나 국비 투입이 늦어지면서 지자체의 업체 선정에도 차질이 생겼고, 평택과 화성·안성시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폐기물 수거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각 지자체에 자체 예산 등을 활용해 우선 조치를 안내했다는 입장이지만, 지자체는 이미 재난지원금 지급과 폭설 피해 지역 환경개선 등으로 남는 예비비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결국 농민들은 서둘러 철거를 마쳤음에도 쌓아둔 폐기물처리가 안돼 아직까지 농사 준비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 예산은 반영했으나 절차 등으로 3월에 지자체로 국비를 내려보낼 계획”이라며 “각 지자체에는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해 예비비 등으로 먼저 조치하라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