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없어 2학기 대기 입주자 나와
등록금 인상에 숙식비 절감 의도
아침밥 대신 도시락·카톡 공지도

26일 찾은 수원시 장안구 ‘성대 하숙’. 6년째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양일향(62)씨는 새로운 하숙생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다가오는 개강일에 맞춰 학생들을 맞이할 빈방의 상태를 점검하던 양씨는 잇따라 걸려오는 하숙 문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이미 올해 1학기 입주가 마감됐다”며 “여학생 3명과 남학생 4명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하숙의 후기가 궁금하다’, ‘학교 근처 괜찮은 하숙집을 추천해달라’ 등 문의 글과 하숙집 연락처를 구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인하대학교 대학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후문 주변에 위치한 한 남성 전용 하숙집은 지난 설 연휴 전 방이 다 찼다고 한다. 이곳 주인 A씨는 “올해는 하숙집을 찾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다. 2학기 입주를 희망하는 대기자가 벌써 3명이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하숙집도 일찌감치 모든 방이 나갔다. 지난 학기에 살던 학생들이 이번 학기에도 계속 머무르고, 몇 안 되는 빈방마저 금방 차버렸다는 설명이다.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듯 했던 하숙집이 시대를 거슬러 각광받고 있다. 고물가 속에서 대학 등록금마저 인상되면서 숙식 비용을 아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것은 하숙집의 ‘가성비’다. 성균관대 대학원에 다니는 이희동(28)씨는 “물리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올해 대학원 1학기 등록금이 700만원대까지 올라 살림이 빠듯하다”며 “하숙은 원룸과 비슷한 가격에 집밥까지 먹을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학부에 재학 중인 임모(21)씨 역시 “인근 원룸은 월세만 60만원이 넘고 공과금, 관리비도 따로 내야 한다”며 “하숙집에서 생활하면서 돈을 모아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다.
젊은 세대가 잇따라 문을 두드리면서 하숙집의 모습도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변하고 있다.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학생들을 위해 식사 대신 도시락을 제공하는가 하면, 단체 카톡방으로 공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사생활보다 생활비를 우선하게 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거주 형태에 속하는 하숙집이 주목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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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영·백효은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