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택 탓… 문화유산 활용 난항

전문가, 보존·활용 ‘동등 가치’ 지적

강화지역 옛집 연결하는 ‘테마길’과

부여 여흥민씨 가옥 사례 등 활용안

강화 고대섭 가옥 내부. /경인일보DB
강화 고대섭 가옥 내부. /경인일보DB

인천시 지정 문화유산 ‘강화 고대섭 가옥’은 건축적 가치에서도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 집에 얽힌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체험하면서 느낄 수 있게 하느냐’는 활용 측면에서는 긍정적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

인천시는 고대섭 가옥 앞쪽에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을 마련해 놓았으며 건축물 내력 등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마음대로 이 집을 드나들 수는 없다. 집주인이 생활하는 개인 주택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마찰이 생기고는 한다. 고대섭 가옥이 무엇 때문에 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다른 고택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게 관광객의 당연한 심정이다. 그러나 집 안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나 들어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다. “구경하지 못하게 할 것 같으면 뭐하러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느냐”는 관람객과 “여기는 개인 주택이니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된다”는 집주인 사이에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일도 잦다고 한다. ‘문화 도시’를 지향하는 인천과 강화의 이미지가 깎여 나가는 순간이다.

문화유산 관련 행정은 ‘보존’과 ‘활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등하게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인천시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의 목적이 명칭에 나타나 있듯이 ‘보존’과 ‘활용’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맞춰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화지역에는 전통 한옥 양식의 고택이 많은 만큼 문화유산 보존과 함께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진 왼쪽)에는 관광객 발걸음이 이어지는 반면 신문리 고택(오른쪽)은 최근 문이 닫혀 있다. /경인일보DB,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강화지역에는 전통 한옥 양식의 고택이 많은 만큼 문화유산 보존과 함께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진 왼쪽)에는 관광객 발걸음이 이어지는 반면 신문리 고택(오른쪽)은 최근 문이 닫혀 있다. /경인일보DB,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강화지역에는 수도권에서는 보기 힘든 전통 한옥 양식의 오래된 집이 많이 남아 있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성공회 강화성당, 인천시 문화유산자료인 강화 서도중앙교회, 인천시 문화유산인 강화 온수리 성공회 성당 등은 모두 100년 넘은 한옥 스타일 건축물이다. 서양 종교와 우리 전통 건축 양식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강화만의 독특함이 있다.

강화에는 또 강화읍 신문리 고택 등 오래된 건축물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신문리 고택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화관광안내소 역할을 했는데, 요새는 문이 닫혀 있다.

강화지역 이곳저곳에 남아 있는 옛집을 하나로 연결하는 ‘고택 테마 여행길’을 마련하는 등 다각적 활용 방안을 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국 각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한옥 체험업을 강화에 갖추게 되면 서울 등 대도시에서 가까운 접근성을 바탕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여러 전문가는 충남 부여군 여흥민씨 가옥의 활용을 모범 사례로 꼽고 있다. 부여 여흥민씨 가옥은 1984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됐다. 2000년대 초반 부여군에서 매입한 뒤 전면 보수해 부여군시설관리공단에 맡기면서 ‘부여 한옥 생활체험관 백제관’이 탄생했고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신치후 국가한옥센터장은 “강화도는 수도권이어서 접근성이 좋은데도 한옥 체험시설이 거의 없는 편”이라면서 “고대섭 가옥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매입해 부여 여흥민씨 가옥처럼 한옥 체험시설 같은 걸로 활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