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빌라 화재사고 초등생 중태
부모, 수입 있지만 일정한 소득 없어
빌라 주민 “아빠 신장 투석받아”
가스·전기공급 제한 고지서 우편물
경제적 어려움 겪었을 것으로 추정
서구·인천시교육청, 지원 방안 모색

인천 한 빌라에서 불이 나 초등학생이 중태에 빠졌다. 아이의 가족은 아버지의 투병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홀로 집을 지키던 12살 아이가 있던 집에서 왜 불이 났는지 등 화재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2월27일 온라인 보도)
27일 오전 찾은 인천 서구 심곡동 빌라는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가득했다. 빌라 계단에서부터 탄 냄새가 진동했고, 건물 외벽은 심하게 그을렸다. 전날 오전 10시43분께 이 빌라 4층에서 불이 나 집에 있던 A(12)양이 크게 다쳤다. 2도 화상을 입는 등 중태에 빠진 아이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빌라에 산다는 한 주민은 “아빠가 신장투석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이가 자주 집에 혼자 있었는데, 5학년으로는 안 보일 정도로 작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이 꺼지고 4층에 올라가 봤는데 문 너머로 (불에 탄) 음식물 쓰레기와 배달 용기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인근 한 편의점 점주는 “화재 당시 검은 연기가 심하게 뿜어져 나왔다. 집 안에 아이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평소 이 동네 아이들은 혼자 카드를 들고 와서 라면 등을 사먹고 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다쳤다고 하니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A양이 살던 집 앞에는 지난해 9~11월분 가스요금이 체납됐다는 것을 고지서가 붙어 있었다. 이 고지서에는 “2차 독촉을 하였음에도 기한 내 납부되지 않아 12월11일 이후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됨을 알려드린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체통에는 지난해 6월 이전부터 배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여장의 우편물이 쌓여 있었다. 그중 전기요금 미납으로 인해 2024년 12월17일부로 전기공급 제한 예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A양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구 연희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A양의 어머니가 식당에 다니면서 생계를 유지했지만, 일정한 소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A양은 화재 당시 방학을 맞아 집을 홀로 지키고 있었다. 개학을 고작 며칠 앞두고 부모가 외출한 사이 안타까운 참변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우선 화재 원인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용 가스레인지 등이 화재 원인 조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와 함께 왜 A양이 홀로 집에 있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서구와 인천시교육청은 피해를 확인하고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 A양의 부모는 화재 직후 구에 ‘긴급복지지원’을 요청했다. 긴급복지지원은 화재, 가족의 사망, 가정폭력, 질병 등 위기상황에 놓여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 가구에 생계비·의료·주거지원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구 관계자는 “A양 가족은 160만원 정도의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지원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민철·송윤지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