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가 너희는 잊지 않으마”

 

다소 무거운 주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자연스러운 수용과 새 일상 만들기 등

서로 기억·보듬어 따뜻한 메시지 전달

■ 깜빡깜빡 할머니┃요웨이춘 지음. 지구의아침 펴냄. 40쪽. 1만5천원

“완다 할머니는 요즘 자주 물건을 깜빡해요. 다행히 할머니에게는 멋진 조수들이 있어요!”(2~3쪽)

요웨이춘이 쓴 ‘깜빡깜빡 할머니’는 기억이 흐릿해지는 할머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손주인 토토와 리리는 할머니가 깜빡할 때마다 곁에서 돕고 웃음을 나누며 점점 더 가까워진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세대를 넘어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토토와 리리는 할머니와 함께 수풀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바닷가에서 게와 물고기를 잡으며 논다.

바위 위에 쪼르르 걸터앉아 해가 지는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보는가 하면 할머니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한 토토와 리리의 ‘보물찾기’가 계속된다.

“할머니는 지난번에도, 그전에도 계속 나무 구멍 안에 숨었던 걸 기억 못하시나봐요!”(19쪽)

할머니는 늘 같은 곳에 숨고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만 토토와 리리에게는 그마저도 늘 새롭다. 아이처럼 변해가는 할머니는 손주들과 놀러나갈 때면 가장 신이나서 앞장서 나가기도 한다. 물론 토토와 리리도 할머니가 본인들을 잊어버릴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그러면 너희들이 나에게 계속 일깨워주면 되지!” 할머니의 유쾌한 대답은 오래도록 걱정한 시간을 무색하게 만든다.

가족 구성원의 달라진 모습에 적응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슬프게 흘러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경쾌한 느낌을 줬다.

아이처럼 변한 할머니와 다정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손주들의 이야기라는 작가의 시선뿐 아니라 파스텔톤의 그림체는 책에 따스함을 더하는 요소다. 할머니의 사랑스러움을 돋보이게 하는 그림체는 이 책에 계속 눈길이 머무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도 이 책에 대해 “할머니와 손주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추억을 통해 잊히지 않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라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변화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기억하고 보듬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국경을 뛰어넘었다. 이 책은 2022년 대만 가오슝시립도서관 ‘호회아’ 그림책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