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용품 만드는 ‘친숙한 전통공예’ 힘 쏟는 중”

 

문화재보유기관·박물관 출장 수리

입소문 타고 주문제작할 만큼 인기

수지환경교육센터서 무료 강습도

옻칠공예 용인시 명장인 옥승호씨가 자신의 공방에서 옻을 이용해 만든 와인잔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2.26 용인/김성규기자 seongkyu@kyeongin.com
옻칠공예 용인시 명장인 옥승호씨가 자신의 공방에서 옻을 이용해 만든 와인잔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2.26 용인/김성규기자 seongkyu@kyeongin.com

“잊혀가고, 사라져가는 전통을 누군가는 이어가야 한다는 소명감에서 버텨내고 있습니다.”

2023년 용인시 공예명장으로 선정된 옥승호(46)씨는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든 옻칠공예로 전통의 명맥을 지켜내고 있다. 용인시 명장으로는 세 번째다.

그는 “전통 그 자체를 고집하는 영역은 국가무형문화재 명장들이 하시는 일이고, 저는 실생활에서 모든 연령대가 손쉽게 전통 옻칠공예를 접목해 생활용기를 만들어내는 융복합 제품으로 친숙한 전통공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옥 명장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가업으로 해오던 옻칠공예를 보면서 자랐다. 옻 냄새가 역겨워 코를 막고 다닐 정도였는데 군 복무 제대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몸속에 가업의 DNA가 살아있다는 걸 뒤늦게 느꼈다고 한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호 옻칠장이던 손대현 명장을 찾아가 2002년부터 13년여간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기술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옥씨는 예전에는 옻칠 자개장 등 혼수품의 대명사가 주거환경의 변화로 사라지면서 생계를 보장할 수 없어 생활공예로 눈을 돌렸다.

2015년 수원시 율전동에서 33㎡ 남짓한 작은 공방을 시작한 옥 명장은 2018년 용인시 상갈동으로 터전을 옮겨 210㎡의 옥칠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성시 대덕면에 660㎡ 공방 공장도 마련해 주문 제작식으로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그는 “옻칠의 영역은 크게 옻칠화(그림), 옻칠전통공예 등으로 구분되는데 저는 옻의 특성을 이용해 현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와인잔, 밥그릇, 젓가락·숟가락 등 생활용품의 재탄생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국내 최초로 옻칠 정제기계를 제작해 집에서도 누구나 쉽게 리폼할 수 있는 옻칠 스프레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 명장은 또한 국가유산수리기능자 자격을 보유해 오래된 옻칠공예품을 직접 수리해주는가하면 각종 문화재보유기관이나 박물관 등의 요청을 받아 출장수리도 해주고 있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입소문을 타면서 인천공항면세점과 백화점내 전통공예 코너 등에도 옻칠공예품들을 출시해 주문제작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이런 옻의 대중화를 위해 기꺼이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지난해 7개월동안 수지환경교육센터에서 수강생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옛 공예품들을 대상으로 옻을 덧칠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무료 강습봉사를 하고, 용인시민의 날 행사장 내에 전통공예 부스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무료 공예 작업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옥 명장은 “옻칠공예는 옻을 정제하는데 65~85% 습도가 필요하고 25~26도 상온을 유지해 1~2일정도 기간이 지나야 완성품을 얻는 것으로 ‘느림의 미학(美學)’”이라고 설명했다.

용인/김성규기자 seong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