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활동가들 플랫폼 모니터링

선정적 표현, 범죄 행위 등의 가사가 포함된 유해 음원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청소년들까지 이를 발매하는 실태를 지적한 경인일보 보도(2월5·6일자 1·3면 보도) 이후 국내 음원 유통사들이 자정 노력에 나섰다.

들을 땐 ‘성인 인증’ 부를 땐 ‘자율 발매’ [19금 음원 제작하는 청소년들·(上)]

들을 땐 ‘성인 인증’ 부를 땐 ‘자율 발매’ [19금 음원 제작하는 청소년들·(上)]

딱지가 붙은 노래를 듣기 위해선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노래 가사에 잔인하고 성적인 묘사가 있거나, 범죄 행위와 사회적 혐오 등을 조장하는 내용이 있어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듣기에 유해하다고 여성가족부가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https://www.kyeongin.com/article/1728226
“관심 받고 싶어” 도 넘는 음악… “자극이 좋아요” 선 넘는 댓글 [19금 음원 제작하는 청소년들·(下)]

“관심 받고 싶어” 도 넘는 음악… “자극이 좋아요” 선 넘는 댓글 [19금 음원 제작하는 청소년들·(下)]

된 한 노래에는 ‘×× 멋있다’ ‘이게 진짜 힙합이다’ 등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본인을 ‘09년생 래퍼’로 소개한 만 16세 청소년이 올린 이 노래에는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 심지어 어머니의 성기에 대한 성적 비하 등이 난무했다. 사운드클라우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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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되는 여성 혐오 등 유해 온라인 콘텐츠를 찾아내 사회에 고발하는 인권 활동가들은 음원 플랫폼으로까지 모니터링 영역을 넓혔다.

27일 국내 한 대형 음원 유통사 관계자는 “그동안 청소년들이 만든 19금 음원을 유통한 것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청소년이 제작한 음원 중 욕설, 혐오 표현 등이 포함돼 여성가족부가 사후에 19금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은 음원은 유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유해 매체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는 최근 국내 음원 유통사들을 대상으로 시정을 권고했다. 청소년이 제작한 19금 음원, 지나치게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 범죄를 암시하는 음원 등의 유통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음원 유통사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회사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뒤 청소년이 제작한 음원을 유통해 왔으며, 혐오 표현 등이 포함된 음원은 내부적으로 걸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수익을 위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우려가 큰 음원들을 유통하고, 청소년이 이를 제작한 것을 알면서도 방관한 일부 유통사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여해야 할 때”라고 했다.

대형 음원 플랫폼인 지니, 벅스 측은 대책을 검토 중이나 공식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멜론 측은 “정부 정책이나 법령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 플랫폼이 단독으로 어떠한 조치를 내릴 순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 여성을 혐오하거나 비방하는 콘텐츠를 찾아내 알리고 정부 기관 등에 조치를 촉구하는 인권 활동가들은 유해 음원을 여과 없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에 대해 모니터링을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유해 음원을 고발하고 해당 음원 플랫폼 고객센터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하는 활동에 동참해 줄 것을 누리꾼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방심위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음란하거나 범죄를 포함해 정보통신망법상 ‘불법 정보’에 해당하는 매체물을 삭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들의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은 방심위에 유해 음원들을 신고하고 있으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음원 업계(유통사, 플랫폼)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강화하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온라인 인권 활동가는 “예전에는 혐오 표현이 담긴 SNS 게시글이나 동영상에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경인일보 보도 이후) 음원 플랫폼도 꾸준히 살피고 있다. 유해한 가사가 담긴 음원을 공론화해달라는 누리꾼들의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최근 신고 접수된 음원들이 심의 결과 불법 정보에 해당하면 음원 플랫폼에 시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선 민형배(더불어민주당·광주 광산구을) 의원, 김재원(조국혁신당·비례) 의원이 음원 유통사와 플랫폼에 청소년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 등을 추진 중이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