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은 까다롭지만… 150점 중 ‘안전성’ 10점 평가항목 중 가장 작아
관리·감독 부실 연이은 지적 나오는 원인… 업계서도 불안 호소 계속

정부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붕괴사고 현장에서 사용된 공법을 전면 중단(2월 27일자 1면보도)하는 등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건설신기술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DR 공법’도 사후 평가에서 대부분 ‘우수’로 판정됐고, ‘미흡’이라는 결과는 없었다.
27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총공사비 500억원 이상인 건설공사가 완료될 시 발주청(시행자)이 건설신기술로 지정된 공법 등에 대해 작성하는 ‘사후평가’에서 ‘안전성’은 전체 150점 중 10점으로 평가 항목 중 가장 작다.
평가서를 보면 공사비절감은 25점, 시공성 35점 등으로 효율성과 비용절감과 같은 항목의 비중이 컸다.
문제는 발주청의 사후평가가 건설신기술들이 실제 공사현장에서 얼마나 안전한지 등을 평가하는 유일한 척도라는 점이다.
실제 이번 사고가 발생한 장헌산업의 DR거더 공법은 각 공사의 발주처가 작성한 60여건의 사후평가서 중 절반 이상이 ‘우수’ 이상의 등급을 받았다. ‘미흡’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신기술이 까다로운 지정 절차와 달리 사후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에 신기술을 신청할 경우 요건심사와 관계기관 의견조회, 안전성을 위한 1·2차 심사위원회와 현장실사 절차가 진행된다. 신기술로 지정되면 최대 15년의 ‘보호기간’이 정해진다.
그러나 사후 절차는 발주청의 사후평가 밖에 없어, 정부차원의 감독은 전무했다. 기술 보호기간이 만료되면 업체들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해 업계에서도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DR거더 공법 역시 지난 2020년 보호기간이 종료돼 이미 교량 업계에서 대중화돼 사용되고 있는 상태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사실 건설현장에선 건설신기술 지정 당시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사실 하나만 듣고 시공을 진행한다. 전문적 지식이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하는 공법도 있는데, 기술 업체나 경험이 있는 현장 관계자의 노하우에 기대서 공사를 진행할 때도 많다”고 전했다.
안전 사고가 발생하는 건설신기술 공법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철골용접 현장에 적용되는 보데크(무해체 거푸집) 공법은 지난 2019년부터 건설현장에 확산되고 있는데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 동안 3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2007년 신기술로 지정된 BRD 공법도 지난 2022년 고양의 한 공사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고, 공법이 주원인 중 하나로 조사됐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사후평가는 발주청이 공사를 다 완료한 후에 하는 것으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부정적 의견을 잘 제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에 공법 기술 개발 업체들은 일단 지정만 받으면 후에 사후 검증에 대해선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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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