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서운면 주민들 분통
“사고날부터 5분 거리 밭 못가”
음식점 대부분 문 닫아 손해

10명의 사상자를 낸 안성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 현장. 사고 이후 나흘이 지난 28일 교량 아래 34번 국도에는 여전히 무너진 다리 잔해와 끊어진 철근들이 뒤엉켜 있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은 사고 지점 앞뒤로 차량 통행을 막는 팻말과 통제선을 설치하고, 주민들에게 통제선 안쪽으로는 걸어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콘크리트가 떨어진 충격으로 도로 곳곳이 파손된 탓이다.
매일 오가는 길이 막혀버린 안성시 서운면 주민들은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는커녕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지점에서 500m가량 떨어진 밭에서 들깨 농사를 짓는 김모(75)씨는 “차에 농사 장비를 싣고 가질 못해 사고 날부터 밭을 살피지 못했다”며 “큰 사고가 났으니까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차로 5분이면 가는 곳을 한시간 걸려 돌아가라니까 속이 터진다”고 했다.
국도가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인 천안시 청룡마을 주민들은 고립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호소했다. 최모(79)씨는 “마을버스도 차도 동네까지 들어오지 못하니까 걸어다니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4㎞를 꼬박 걸어 내려왔다”고 말했다. 여느 국도처럼 인도가 없는 탓에 주민들은 차도 위를 걸어다니거나, 현장 통제선 앞에 차를 세워둔 채 길을 건넜다.
청룡저수지, 서운산 등 관광 명소로 이어지는 국도 도로변에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지만,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임동섭(68)씨는 “차들이 통제선을 건너오지 못하니까 예약 손님을 하루 30명 넘게 취소했다”며 “며칠째 영업을 못해 400만원 넘게 손해를 본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양식 식당에서 일하는 곽금희(55)씨는 “사고를 조사하러 온 공무원들이 점심을 주문한 게 전부”라며 “오는 주말부터 삼일절 대체공휴일까지 대목이라 식재료를 잔뜩 사놨는데, 다 버리게 생겼다”고 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안성 교량 붕괴사고 수사전담팀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공단 등과 사고 현장 합동 감식에 나섰다. 경찰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감식을 마치고 도로의 통행이 재개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 25일 오전 9시49분께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의 청룡천교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에 설치한 콘크리트 상판 구조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교량 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추락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