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3개월도 안 돼 치러진 지방선거

민주당 참패 속 ‘새 인물’ 신선함으로 당선

“이겼으니 보은” 반박… 지속된 혁신 촉구

2022년 6·1 지방선거 경기도 선거 결과를 보도한 경인일보의 2022년 6월 3일자 1면. ‘민주당이 아니라 김동연이 이겼다’고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경인일보DB
2022년 6·1 지방선거 경기도 선거 결과를 보도한 경인일보의 2022년 6월 3일자 1면. ‘민주당이 아니라 김동연이 이겼다’고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경인일보DB

지난 2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동한 가운데, 모두발언을 촬영한 민주당 공식 유튜브 영상엔 곧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체로 이 대표를 응원하는 댓글이었다. 와중에 ‘배은망덕 김동연’ ‘배신하면 안 되죠’ ‘이 대표님 때문에 경기도지사 투표했다는 분 많더라’ 등의 댓글이 적지 않았다.

돌연 김 지사에 쓰인 ‘배신’ 프레임은 유시민 작가 발언에서 비롯됐다. 지난 5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유 작가는 김 지사를 “배은망덕”이라며 깎아내렸다. “이 대표한테 붙어 지사된 사람” “단일화 감도 아닌데 민주당 공천으로 지사된 것” “이 대표 지지자들이 대선 패배에 분개해 김 지사를 밀어 겨우겨우 이겼다”는 이유에서인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유력 주자인 이 대표에 견제구를 날리는 게 그야말로 ‘배은망덕’하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김 지사는 이에 대해 “선거에서 이겼으니 보은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지난 17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그는 “하나만 분명히 하자”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 어려운 선거를 1천400만 경기도에서 8천913표 차로 이겼다. 새벽 5시30여분에 역전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호남 세 군데, 제주도 빼고 수도권에서 제가 유일하게 이겼다”는 점을 부연했다.

몇몇 인사들도 가세하며 논란은 확대됐다. 지난 2022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김 지사 경선 캠프에서 일했다던 한 전직 도의원은 지난 20일 “유 작가가 정확히 봤다. 당시 캠프 구성원들 대부분 이 대표 사람이었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러자 한때 김 지사 쪽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같은 날 “은혜가 있었다면 민주당과 도민에 있었던 것이다. 배신이라며 하는 말이 고작 인사에서 이 대표 측근을 배제했다는 주장이다. 인사로 보은하면 나도 공공기관 본부장 자리 정도 갔어야 했나”라며 “내가 지켜보고 경험한 김 지사는 유튜브에서 조롱받을 만한 짓을 한 적이 없다. 그런 조롱이 민주당과 이 대표에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왼쪽)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5.2.28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왼쪽)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5.2.28 /국회사진기자단

김 지사와 이 대표 회동을 공개한 유튜브 댓글에서도 나타나듯, ‘배은망덕’ 논란은 현재진행형인 모양새다. 김 지사는 정말 ‘배은망덕’한 걸까.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결과를 그해 6월 3일자 신문으로 보도한 경인일보는 경기도 선거 결과를 ‘민주당이 아닌 김동연의 승리’로 규정했다. 민주당 텃밭이라 여겼던 다수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단체장을 뺏겼는데, 이들 지역 중 상당수에서 김 지사가 상대 후보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이겼다는 이유를 들었다.

12년 만에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시장 자리를 내준 오산시가 대표적이다. 당시 오산시는 현 시장인 이권재 국민의힘 후보가 2.14%p 차로 이겼다. 반면 함께 치러진 도지사 선거에선 김 지사가 4.2%p 차로 김은혜 후보를 이겨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시장·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긴 의정부, 안산, 고양, 의왕, 남양주, 군포에서도 김 지사 득표율이 더 높았다. 당시 경기도 지방선거 결과를 민주당이 아닌, 김동연의 승리로 해석했던 이유다.

6·1 지방선거는 대선에서 국민의힘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후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아 치러진 선거였다. 대선 여파를 벗어나기 어려웠음에도 ‘경제 리더’로서의 강점 등 김 지사 역량으로 그나마 도지사 선거를 가까스로 승리했다는 평이 제기됐었다. 민주당 색채가 약한 ‘새 인물’ 이미지가 차별화를 만들어 내, 당선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당시 민주연구원의 ‘6·1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에 담기기도 했다. 정치 초년생인 그가 민주당 실책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면서, 동시에 “종자가 될 곡식은 남겨달라”며 이른바 ‘씨앗론’을 펼친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그리고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 ‘새 인물’을 넘어 이젠 야권의 ‘플랜B’로 주목받는 김 지사는 그 때나 지금이나 민주당의 혁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8일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지사는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가능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뢰의 위기다. 말만으로는 안 되고, 말을 바꿔서도 안 된다. 수권정당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민주당부터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