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보고서 “DR거더 최대 30~50m” 명시

사고 교량 4개 경간에, 50·55m DR거더 2개씩 사용

DR거더 길이 길어질수록 처짐과 진동에 취약한 구조

안정성 보장 길이 초과… 전문가 “비용절감 주된 원인”

28일 오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교각과 교각 사이를 이루는 경간이 4개며 사고 현장에 상판 구조물이 떨어진 구간의 거리는 210m로, 55m와 50m 이상의 거더가 각각 2개씩 최소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2025.2.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8일 오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교각과 교각 사이를 이루는 경간이 4개며 사고 현장에 상판 구조물이 떨어진 구간의 거리는 210m로, 55m와 50m 이상의 거더가 각각 2개씩 최소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2025.2.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55m 길이(경간장)의 콘크리트 거더가 무너지며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의 교량이 실은 각 거더당 최대 50m 길이까지만 안정성이 보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정성이 보장된 길이를 초과해 공사가 이뤄진 것인데 이번 사고가 비용절감을 앞세운 인재(人災)라는데 무게가 쏠린다.

3일 입수한 한국도로공사의 거더 관련 내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성 등이 보장된 DR거더의 최대 길이는 50m까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발간된 해당 보고서에서 DR거더의 경간장은 30~50m로 나타났다./사진 참조.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2017년 발간한 ‘콘크리트 거더 개발 및 연속화 기술 연구용역’ 보고서 중 국내 콘크리트 거더들의 최대 경간장을 분석한 결과. 2025.3.3 /한국도로공사 제공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2017년 발간한 ‘콘크리트 거더 개발 및 연속화 기술 연구용역’ 보고서 중 국내 콘크리트 거더들의 최대 경간장을 분석한 결과. 2025.3.3 /한국도로공사 제공

그러나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세종∼안성 구간의 9공구 청룡천교에는 최소 2개 이상의 55m 길이 DR거더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교각과 교각 사이를 이루는 경간이 4개며 사고 현장에 상판 구조물이 떨어진 구간의 거리가 210m로, 최소 55m와 50m 이상의 거더가 각각 2개씩 사용됐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사고는 마치 기차처럼 길이가 긴 파란색의 대형크레인인 ‘런처’가 균형을 잃자 교량 상판에 놓인 DR거더가 엿가락 휘듯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DR거더는 런칭 장비로 교각 위에 얹어지는데 이 같은 ‘DR거더 런칭가설 공법’을 적용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다리 상판 밑에 깔아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인 콘크리트 거더는 공법에 따라 길이(경간장)가 정해진다. 해당 고속도로 안성 구간의 발주청인 한국도로공사도 DR거더공법의 최대 경간장 이상의 거더를 초과해 사용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DR거더 공법을 개발한 장헌산업 역시 2009년 건설신기술로 지정될 당시 최대 경간장이 50m라고 적시해 국토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2014년 보호기간 연장 심사을 위해 제출한 신청서를 입수해 파악한 결과, 이번 사고처럼 런처를 가설할 때 필요한 최대 가설 경간도 50m라고 명시했다.

장헌산업이 2014년 DR거더 공법의 건설신기술 연장 심사를 위해 제출한 보고서 내용 일부. 이번 사고 교량처럼 런처 가설을 위해 필요한 최대 경간을 50m로 명시했다.
장헌산업이 2014년 DR거더 공법의 건설신기술 연장 심사를 위해 제출한 보고서 내용 일부. 이번 사고 교량처럼 런처 가설을 위해 필요한 최대 경간을 50m로 명시했다.

DR거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처짐과 진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런칭 작업의 난이도도 높아진다. 이런데도 최대 50m인 DR거더를 사고 교량에 55m까지 늘려 적용한 주된 이유는 비용절감일거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100m 이상까지 적용 가능한 장스팬(Long Span) 거더에는 ‘강합성형 거더’와 ‘PSC 박스 거더’ 등이 있다. DR거더는 유지비 측면에서 장스팬 거더보다 30~4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해 4월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시흥 교량 붕괴사고도 현장에 부적합한 거더 공법을 적용한 점이 사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조사됐다. 국토안전관리원 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붕괴원인 분석이 담긴 보고서를 통해 “발주청은 경간장 55m에 대한 시공 실적이 없는 특허공법(SS거더)을 채택했다. 횡방향 만곡에 취약한 구조의 거더 형식으로 횡만곡 등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DR거더와 같은 종류들은 보통 40m 내외에서 많이 설치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장스팬이 적용돼야 할 50m 이상의 경간장에도 DR 거더 등이 적용되고 있다. 바로 비용 때문”이라며 “장스팬 거더가 필요한 교량에 다른 공법이 들어가면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