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실습 나간 직업계 고교생 ‘창우’

취업-진학-병역특례 목표 삼고 도전

위험요소 도사린 현장에도 밝은 표정

영화 ‘3학년 2학기’ 스틸컷. /작업장 봄 제공
영화 ‘3학년 2학기’ 스틸컷. /작업장 봄 제공

인천의 한 직업계 고등학교 3학년 창우(유이하)와 친구 우재(양지운)는 2학기를 맞아 남동산업단지에 있는 한 공장으로 현장 실습을 나가게 된다. “중견이에요?”라고 묻는 우재에게 선생님은 “중소야”라고 답한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처럼 무척이나 익숙한 이 대화는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가늠하게 한다.

그렇게 창우와 우재는 교복을 벗고 작업복을 입는다. 우재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실습을 포기하는데, 창우는 끈기 있게 현장 실습을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창우는 실습과 연계된 취업, 또 취업과 연계된 공업전문대학 진학, 그리고 산업체 병역특례를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장편 영화 ‘휴가’에서 해고 노동자의 일상을 따라갔던 이란희 감독이 이번에는 두 번째 장편 ‘3학년 2학기’를 통해 직업계 고교 학생들에게 시선을 보낸다. 이야기는 담담하게 흐른다. 공장에는 다른 학교에서 먼저 온 실습생인 ‘에이스’ 성민(김성국)과 사무 부서의 다혜(김소완)도 있다. 창우는 동갑내기 실습생들과 가까워지면서 차츰 현장에 적응해 나가지만, 공장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도 한다. 영화는 창우의 고민 속에 담긴 그의 집안 사정도 함께 보여준다.

또래보다 ‘어른들의 세계’에 일찍 발을 들인 학생들이다. 일터는 이들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위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련의 사건도 겪는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다. 어디에나 있는 건강한 청춘의 모습 그대로다.

특별한 ‘빌런’(악역)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공장 선배, 선생님, 교육청 노무사 등 영화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나름의 배려가 보이긴 하지만, 이는 자신이 속한 ‘시스템’ 안에서 나름 적절히 대처하고 있을 뿐이다. 바꾸기 보다는 적응하는 쪽을 택한 이들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로 끝내 ‘팔토시’와 ‘가죽치마’를 구하며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불안하고 흔들리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전진하려는 창우의 모습을 표현한 유이하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유이하는 이 영화로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3학년 2학기’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했다.

담담하게 이야기 풀어낸 이란희 감독

“대입 준비하는 고교생만 있진 않아”

이란희 감독은 연출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서 그 가운데 직업계 고교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들 인문계 고교 학생이고, 다들 대입을 준비한다고 생각한다. 직업계 고교 학생들이 뉴스에서 언급되는 건 현장 실습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 딱 하나다. 투명인간 취급 당하는 직업계 고교 학생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뤄보고자 했다.”

영화는 지난달 26일 인천 영화공간주안에서 처음으로 열린 상영회 ‘전국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상영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2학기’(하반기)에 정식으로 개봉할 계획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