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보장된 길이 초과해 공사
청룡천교 최소 2개 이상 쓴 듯
비용 절감 앞세운 人災에 무게

55m 길이(경간장)의 콘크리트 거더가 무너지며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의 교량이 실은 각 거더당 최대 50m 길이까지만 안전성이 보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성이 보장된 길이를 초과해 공사가 이뤄진 것인데 이번 사고가 비용절감을 앞세운 인재(人災)라는데 무게가 쏠린다.
3일 입수한 한국도로공사의 거더 관련 내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성 등이 보장된 DR거더의 최대 길이는 50m까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7년 발간된 해당 보고서에서 DR거더의 경간장은 30~50m로 나타났다.
그러나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청룡천교에는 최소 2개 이상의 55m 길이 DR거더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교각과 교각 사이를 이루는 경간이 4개며 사고 현장에 상판 구조물이 떨어진 구간의 거리가 210m로, 최소 55m와 50m 이상의 거더가 각각 2개씩 사용됐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다리 상판 밑에 깔아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인 콘크리트 거더는 공법에 따라 길이(경간장)가 정해진다. DR거더 공법을 개발한 장헌산업 역시 2009년 건설신기술로 지정될 당시 최대 경간장이 50m라고 적시해 국토부에 제출했다. 특히 2014년 신기술 지정 연장 관련 홍보자료를 입수해 파악한 결과, 이번 사고처럼 런처를 가설할 때 필요한 최대 가설 경간도 50m라고 명시했다.
DR거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처짐과 진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작업의 난이도도 높아진다. 이런데도 최대 50m인 DR거더를 사고 교량에 55m까지 늘려 적용한 주된 이유는 비용절감일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00m 이상까지 적용 가능한 장스팬(Long Span) 거더에는 ‘강합성형 거더’와 ‘PSC 박스 거더’ 등이 있는데, DR거더는 유지비 측면에서 장스팬 거더보다 30~4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DR거더와 같은 종류들은 보통 40m 내외에서 많이 설치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장스팬이 적용돼야 할 50m 이상의 경간장에도 DR 거더 등이 적용되고 있다. 바로 비용 때문”이라며 “장스팬 거더가 필요한 교량에 다른 공법이 들어가면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장헌산업 측은 “DR거더 공법의 지간장을 40~50m로 한 건 그 당시 적용되고 있는 콘크리트 거더들의 평균 지간장을 통념적으로 명기한 내용”이라며 “신기술 2차 연장신청서 제출 당시 55m 시공성 실적을 보유해 시공실적 등을 포함해 신청했다. 런처가설은 2012년 사용하던 초창기 장비로, 현재는 60m까지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