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지원 조직 ‘JB포럼’ 개혁 설파
국회의장 등 여야 주요 인사 만나
‘尹 운명의 3월’ 메시지 강해질 듯
‘낮은 인지도’ 당내 입지 구축 못해

유정복 인천시장의 ‘외곽 지원 조직’으로 불리는 ‘JB 포럼’이 최근 서울에서 창립총회를 여는 등 유 시장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본격 ‘세 불리기’에 나섰다.
유 시장은 지난달 28일 JB 포럼 창립총회 강연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한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지지자들에게 전파했다. 이날 강연 제목은 ‘대한민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됩니다’였다. 유 시장은 강연에서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진단했다. 수술을 집도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그가 살아온 과정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지방분권 개헌이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하고, 그걸 추진할 적임자는 유 시장 자신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대권 도전에 한 발 더 나아간 행보로 풀이된다.
유 시장은 2월 한 달간 지방분권 개헌의 공감대를 넓히는 행보를 밟아왔다. 앞서 26일에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대표들을 만나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유 시장은 지지자들뿐 아니라 여야 주요 인사를 가리지 않고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개헌 필요성을 전했고,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과도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오는 7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주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국회 대토론회’에 참석해 축사 또는 환영사를 할 예정이다.

국회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는 3월 중 내려질 것이 확실시된다.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결정하면 60일 이내 대선이 치러진다. 청구가 기각되면 피청구인 대통령은 현직에 복귀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후진술에서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어떤 경우든 조기 대선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되는 ‘운명의 3월’을 맞으면서 유 시장의 행보는 더욱 활발해지고 메시지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시장은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헌법재판소에서의 심판이 다가오고 있다”며 “헌재 판단과 결정이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잡는 안정적 국정 운영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국가의 ‘통합’과 ‘안정’을 이끌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다른 잠룡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유 시장의 인지도다. 행정·정치 경력 등 인물론에선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지만, 인지도는 낮다. 무엇보다 여권 잠룡을 가려내는 주요 기관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등 여론 지지를 등에 업지 못한 상황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유력 주자에 밀려 당내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유 시장이 주창하는 지방분권 개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유 시장 한 측근은 “사실 내부에서도 조급한 마음이 있다. 유 시장 특유의 신중함 때문”이라면서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전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확실한 명분이 있는 ‘빅 카드’ 혹은 ‘이슈 파이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유 시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의원, 장관, 광역단체장 등 화려한 행정·정치 경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 호불호가 거의 없어 중도·보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전망이다.
/김성호·유진주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