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와 병력 데이터 기반
최적 품종 육성·재배 환경서 생산
개인 건강상태 맞춘 식단 구성해
부족한 영양소 자동 온라인 주문
에어돔농장 장애인 일자리 창출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쇼)는 1967년부터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가전전시회다. 5천여 개의 회사가 참여하는 이 행사에서 ‘가전’은 본래 ‘가정용 전자제품’을 의미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자동차 기업들이 CES에 참여하며 자율주행 기술과 스마트카가 주요 기술로 등장했고 2019년부터는 트랙터가 전시되기 시작했다. 이제 CES는 단순한 가전 전시회가 아닌, 전 세계의 다양한 기술과 혁신을 선보이는 미래 산업의 무대로 자리잡고 있다.
CES 전시는 가전, 인공지능, 미용, 보안, 금융, 디지털 헬스 등 33개 분야로 진행되며 각 분야별로 뛰어난 기술을 선정해 혁신상(CES Innovation Awards)을 수여한다. 혁신상은 공학적 기능성, 디자인, 혁신성, 사회적 기여도 등 네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심사되며 올해 CES 2025에서는 총 210개 기업이 혁신상을 받았으며 농식품 기술 부문에서는 11개 기업이 선정되었다. 특히 8개가 한국 기업으로 우리나라의 농업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 기반 로봇 자동화 기업 ‘토트’는 ‘과일 포장 작업을 전자동으로 처리하는 모듈형 로봇(프루트패커)’으로 농식품 기술 분야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폐배터리를 해체하는 모듈형 로봇(디스맨틀봇)은 ‘에너지’, ‘로보틱스’, ‘인간안보’ 등 3개 분야에서 동시에 혁신상을 받았다.
또한 미드바르는 ‘공기주입식 에어로포닉스 스마트팜’으로 CES 2024 인간안보 부문 최고혁신상에 이어 올해는 농식품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인공지능 영상처리 기술을 활용해 생산량을 예측하고 작물 상태를 정밀 측정·관리하는 기술력이 인정받았다.
국내 대표 농기계 기업인 대동은 ‘스마트파밍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가정용 재배기(AI Plant Box)’는 56종의 식물별 최적 생육 환경을 제공하며, 기능성 증진 재배 기술을 적용해 개인 건강 맞춤 재배 기술로 혁신상을 받았다.
경기도 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이 CES 2026 혁신상에 도전한다. 이번에 도전하는 기술은 개인 유전자 검사 결과와 병력 데이터에 기반해 맞춤형 영양정보를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개인별 영양 정보에 맞춰 최적의 품종을 육성하고, 품종별 최적의 재배 환경에서 생산하여 유효성분이 규격화된 맞춤형 농산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춘 맞춤형 식단 구성이 가능해진다.
또한 식사 전후의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이 이를 분석해 부족한 영양소와 과잉 섭취된 영양소를 파악할 수 있다. 부족한 영양소가 발견되면 근처 로컬푸드 매장과 연계해 자동 온라인 주문이 이루어지고, 유전자 형태가 비슷한 한 가족이 특정 농산물을 필요로 할 경우 근처 에어돔 농장과 연결되어 일정 규모의 농작물을 구매할 수 있다. 에어돔은 농장 내부에 기둥이 없어 장애인이 작업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유전자 기반 개인 식단 관리뿐만 아니라 지역 상생과 장애인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CES 2026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에 도전하기 위해 해당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원장, 간호사, 영양사가 직접 유전자 검사를 받고 식단 관리 앱을 제작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경제의 방향을 제시한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개념을 강조한 경제학자다. 그는 ‘마차를 연결한다고 기차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혁신이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생산 방식과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함을 강조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개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유전자, 식단, 로컬푸드, 장애인 일자리를 ‘건강’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통합한 농업기술원의 도전이 농업의 혁신을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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