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0명 올해 184개교로 늘어
2010년대 이후 매년 수십곳 폐교
먼거리 통학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지역 공동체 붕괴 국가 존립 위협
‘휴교’ 마라분교장, 다시 열기를

안동의 하회마을에 가면 지금은 폐교가 된 초등학교가 있다. 옛날 교문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교적비에는 ‘풍남국민학교는 1919년 9월1일 개교하여 졸업생 2천266명을 배출하고 1991년 3월1일 폐교되었음’이라고 적혀있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부용대라는 언덕이 있는데, 거기에 올라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마을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근대식 학교가 자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
최근 이러한 학교 소멸 현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입학생 0명’ 학교가 2021년에 112곳이었던 것이 2022년 126곳, 2023년 149곳, 2024년 157곳, 올해 184곳으로 늘었다.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의 경우 전북이 34곳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경북 27곳, 강원 25곳 등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학생수 감소가 본격화되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폐교가 증가했으며, 이후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천500개 이상의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특히 2010년대 이후에는 매년 수십 개의 학교가 폐교되고 있다.
학교 폐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의 소멸이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폐교로 인해 학생들은 먼 거리에 있는 학교로 통학해야 하며 이는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 특히 의무교육단계의 학교들이 사라지면서 교육의 기회균등이 심각하게 문제시 되고 있다. 또한 지역 공동체 붕괴가 가속화된다. 학교는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사회적 중심지 역할을 한다.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경제와 공동체도 약화된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도 없고 우리 국가도 존립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생수의 급증으로 인해 교육의 양적 팽창에만 몰두해왔었다. 이제는 교육의 질적 수준에 더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인수 학급에서는 불가능했던 개별화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개인맞춤형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원 정원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교원을 늘릴 필요도 있다. ADHD와 같은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 경계선 지능 아이들,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 다문화 아이들 등을 위한 전문교사의 충원이 절실하다.
또한 돌봄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는 돌봄교사도 더 많이 배치해야 한다.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학급 수가 감축되면서 감축되는 만큼의 행정업무가 담임교사에게 부과되고 수업하랴 업무하랴 정신이 없는 실정이다. 더 이상 교사를 감축하지 말고 행정업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 행정업무만을 담당하는 행정업무지원팀을 운영할 수도 있다. 학생수가 줄어든다고 교원을 줄여야 한다는 경제부처의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된다.
작은학교도 가능한 한 살리도록 해야한다. 학교를 폐지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면서 거점 학교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방식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교직원의 순환근무를 적극 권장하고 ICT 기술을 활용한 원격 교육과 행정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작은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농산어촌의 경우 거점형 학교를 지정하여 작은학교들을 연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젊은 세대가 지방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주거·일자리 정책들과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초·중·고 통합학교 운영, 학교행정체제와 교육재정 개편 등 다양한 점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는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이 있다. 현재 폐교가 아니라 휴교인 상태다.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은 학급편성 기준에 미달되어 2016년 3월1일부터 휴교 중입니다’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 학교가 다시 문을 열어 아이들이 뛰놀고 꿈을 키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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