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첫날, 관련 강좌 쏠림 뚜렷
적성·진로탐색 기회 등 취지 무색
인천 꿈두레 과정 ‘이공계열’ 인기
“등급제선 어렵다” 교육계 입모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됐다. 이번 새 학기부터 대학생이 수강 신청을 하듯 고등학생도 직접 듣고 싶은 강좌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인천지역 학생들이 신청한 강좌들을 살펴봤더니 입시 관련 강좌로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입시와 연관성이 낮은 강좌는 다수 폐강됐다. 학생들의 적성이나 진로 탐색 등을 위해 도입된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교육청은 고교학점제 일환으로 꿈두레 공동교육과정을 도입했다. 각 학교에서 개설하지 못하는 강좌를 인천시교육청이 만들어 많은 학생이 수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점형’ ‘온라인형’ ‘밴드형’ 등 세 가지로 구성된 공동교육과정은 2025학년도 1학기 과정으로 총 341개 강좌가 개설됐다. 이 가운데 모든 학생에게 문이 열려 있는 거점형 과정이 264개로 가장 많다.
■ ‘생명과학 실험’, ‘수학’ 등 강세
거점형 공동교육과정 264개 강좌 중 신청자가 30명이 넘어 2대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강좌는 23개다.
가장 신청이 많았던 강좌는 ‘생명과학 실험’(부개고)으로 81명이나 몰렸다. ‘심화수학Ⅰ’(64명·송도고), ‘화학실험’(50명·인천과학고), ‘보건간호’(50명·가정고), ‘마케팅과 광고’(50명·세원고), ‘물리학 실험’(44명·신현고), ‘생명과학 실험’(46명·삼산고), ‘생명과학 실험’(46명·인명여고), ‘생명과학 실험’(43명·해송고), ‘고급 수학Ⅰ’(42명·상정고), ‘생명과학 실험’(41명·대건고) 등이 뒤를 이었다. → 표 참조

인기가 많은 강좌들은 대체로 이공 계열과 관련성이 높다. 수능 등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비인기 강좌는 ‘폐강’
대학 입시와 관련성이 낮은 강좌 다수는 학생들의 외면을 받았다. 꿈두레 공동교육과정 강좌는 정원이 12~15명인데, 신청자가 5명 미만인 강좌는 폐지된다.
‘문학적 감상과 상상력’, ‘디지털 논리회로’, ‘과학시민과 사회참여’, ‘인공지능과 피지컬컴퓨팅’, ‘체육 전공 실기 심화’ 강좌는 1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철학’, ‘메이크업’, ‘중국 이해’, ‘지역 이해’ 등 강좌는 신청한 학생이 1명에 불과했다. 결국 30여 개 거점형 공동교육과정 강좌가 시작도 못한 채 폐강됐다. 온라인형과 밴드형을 포함하면 폐강 강좌는 68개(20%)에 이른다.
■ 입시 제도 연동돼야 고교학점제 성공
입시 관련 강좌 쏠림 현상을 두고 교육계 안팎에선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박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등급제 기반 대입 제도에서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대평가를 지양하는 방식으로 대입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꿈두레 공동교육과정 강좌 선택 현황 등을 자세히 분석해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