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곡동 화재 피해 ‘남은 과제’

 

父 치료비 등 현실적 어려움 시달려

“전통 기준 머무른 제도, 개선돼야”

인천 서구 심곡동 빌라 화재로 중태에 빠졌던 초등학생 문하은(12)양이 끝내 숨졌다. 27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빌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 되어 있다. 2025.2.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서구 심곡동 빌라 화재로 중태에 빠졌던 초등학생 문하은(12)양이 끝내 숨졌다. 27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빌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 되어 있다. 2025.2.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한 빌라에서 난 불로 중태에 빠졌던 초등학생이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딸을 떠나 보낸 유족은 투병 등으로 인해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 슬픔 빠진 유족, 더해진 현실의 무게

지난달 26일 인천 서구 심곡동 빌라 4층에서 난 화재로 크게 다쳤던 문하은(12)양이 지난 3일 끝내 숨졌다.

화재 이후 뇌사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문양은 회복하지 못하고 화재 이후 닷새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하며 새 생명을 선물했다.

방학 중 혼자 집을 지키다 발생한 참변이었다. 아버지는 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갔다.

1년여 전부터 투병 생활을 시작한 문양 아버지는 투석받은 날에는 방에서 꿈쩍도 못할 정도의 고통에 시달렸다.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방에서 발견된 이유도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가 주로 방에서 생활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문양의 병원비와 장례비 등은 구청 등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유족 앞에는 투병 중인 아버지의 치료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남아 있다.

문양 어머니는 아픈 남편을 위해 신장 이식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병원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관련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문양 어머니는 4일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도 아빠(남편)가 건강하게 회복한 모습을 보고 싶어했는데 결국 그 모습을 못 봤다”며 “하늘에서라도 아이가 그 모습을 꼭 봤으면 하는데, 너무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 사각지대서 희생된 아이…촘촘한 복지체계 절실

2021년 6월부터 이 빌라에 살았던 문양 가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와 가스요금이 밀리는 등 형편이 어려워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같은 위기 신호를 감지했고, 행정복지센터는 수차례 문양 부모와 상담을 벌였다. 그러나 이 신호는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부모의 소득 등이 지원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투병 중인 아버지, 일터에 나간 어머니, 혼자 남겨진 아이의 어려움은 끝내 국가가 세운 문턱을 넘지 못했다. (3월4일자 6면 보도)

복지 사각지대 속 ‘홀로 화재 참변’ 심곡동 초등생… 닷새 만에 하늘로

복지 사각지대 속 ‘홀로 화재 참변’ 심곡동 초등생… 닷새 만에 하늘로

천 서구 심곡동 빌라 4층에서 난 화재로 얼굴에 2도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당시 방학이어서 집에 혼자 있던 아이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긴급 조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A양은 사고 발생 닷새 만에 끝내 세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1173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2살이면 방학 중 혼자 있거나 홀로 취사를 하기엔 이른 나이지만,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지나면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밖에 다른 복지제도 역시 소득이나 연령 등 전통적인 기준으로만 대상을 선정하고 있어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사회복지사를 통해 학생별 맞춤 사례관리를 진행하는 등 소득, 연령을 포함한 종합적인 판단과 사례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교육부, 지자체가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