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자격 얻어도 고난
韓 오래 살아도 ‘해외유학생’ 분류
재정능력 입증해야 유학비자 변경
학기 중 알바 주 20시간 이하 제한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도 못받아

법무부의 구제대책으로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체류자격을 얻어도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문턱은 여전히 높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부모를 둔 제시(19)는 지난 2022년 체류자격을 얻은 후에야 ‘경기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동두천시에서 열리는 육상대회(200·800m)에서 내리 1등을 해 ‘도대회’ 참가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미등록 상태에선 서류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제시에게 법무부의 한시적 체류자격 부여 제도는 꿈을 밀고 나가 볼 기회였다. 체류자격이 생긴 후 파주시의 다른 학교 축구부와 벌이는 주말리그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는 고민이 깊다.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축구팀이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데, 기존의 임시체류자격 비자(D-4)를 대학 입학을 위한 유학비자(D-2)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재정능력(약 2천만원)을 통장 잔고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태어나보니 한국이었고 지금까지 먹고 자는 모든 생활을 한국인처럼 했다”며 “그냥 나의 나라처럼 여기서 계속 지내고 싶은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랜 기간 살아온 이주 아동들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과제는 남는다. 해외 유학생으로 분류되는 탓에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가며 대학 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유학비자는 아르바이트가 학기 중 주 20시간 이하로 제한된다.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도 유학생은 받을 수 없다.
5살 때 한국에 와 군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고(故) 강태완(32·몽골)씨 역시 한국에서 거주하기 위해 뒤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해야 했다. 이마저도 몽골로 자진 출국했다가, 2022년 단기체류비자(C-3)로 재입국한 뒤 경기도의 한 전문대에 합격(D-2 유학비자)한 30살에야 가능했다. 한국에서 계속 살고자 했던 강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인구소멸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와 취·창업 조건으로 얻을 수 있는 ‘지역특화형 비자(F-2 거주비자)’를 얻기 위해 전북 김제의 한 회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한국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얻은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강씨는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엄마 이은혜(몽골명 엥흐자르갈)씨는 “한국은 늘 우리(이주노동자)들한테 무언가를 줬다가 빼앗아가기를 반복하고, 그러는 동안 애들은 하고 싶은 공부도 일도 못한 채 세월을 보내야 했다”며 “나는 이제 비자가 있든 없든 상관치 않지만, 아들은 아니었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답게 살지 못하고 가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한국에 사는 이주 아동들에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진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기존 취업비자 제도가 전문취업 중심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이들이 곧바로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며 “공부(유학)나 취업이 아닌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부여해 이주 아동들이 한국에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