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소 4.1㎞ 구간 고작 3명이 관리

사고 발생 시간엔 다른 장소서 업무

감리 인력부족이 위험 키웠을 수도

지난달 28일 오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2.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난달 28일 오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2.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붕괴된 교량을 포함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의 안전 관리를 맡은 공사감독자가 고작 3명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붕괴 장소엔 감독자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도로공사 내부 지침상 인력 충원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나 현장 감리 인력부족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 따르면 도공은 해당 고속도로의 발주청이자 감리·감독기관이다. 이에 따라 도공 소속 공사감독자 3명은 청룡천교를 포함해 총 14개소, 4.1㎞ 구간인 9공구에 배치돼 현장 검측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난 25일 붕괴 교량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이 같은 업무를 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붕괴 교량에 반영된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 등 높은 전문성과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이 이뤄짐에 따라 감독 인력을 확대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공 측이 지난해 7월 공고한 ‘고속도로 건설공사 공사감독자 배치기준’을 보면, 2 이상의 공종이 복합된 공사로 인정하는 경우 공사감독자 수를 공종 별로 구분·산정할 수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술 검토 등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기술지원을 목적으로 한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을 별도로 배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길이가 210m로 장대교량이며 터널 도로로 연결될 예정인 청룡천교는 도로공사가 3단계로 나눈 토목공사의 공종 구분 기준 중 가장 전문성이 높은 ‘복잡한 공종’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감리 역할 중 하나가 건설기계로 사고 확률이 높은 위험한 공정을 확인해야 하는 점인데, 열악한 인력 요건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며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10여 개의 공사는 동시에 진행해야 하지만, 그만큼의 감독 인원은 부족했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도공 관계자는 “건설기술진흥법에 정한 기준에 따라 감독원 1명당 5개를 초과하는 현장에 동시에 배치할 수 없다는 점은 위배되지 않아 인력 수에 문제가 없다”면서 “배치 장소도 4.1㎞ 구간 내에서 각자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