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협회장 자격으로 만든 案
‘反 이재명’ 해석 조항 논란 예상
국힘 의석수 등 현실화엔 물음표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만든 개헌안이 공개됐다. 12·3 비상계엄 이후 ‘지방분권 개헌’ 전도사를 자처해 온 유정복표 개헌안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반(反)이재명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들이 개헌안 곳곳에서 보여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현행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유 시장은 이 조항을 두고 “불소추 특권의 범위를 재임 중 발생한 형사 사건에 한해 소추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해, 재임 이전에 발생한 형사 사건은 대통령 당선으로 재판 등이 중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선거관리위원회 독립성’과 관련된 내용도 눈에 띈다. 유 시장은 현행 헌법 7장에 규정된 선거관리를 ‘제4장 정부 - 제2절 행정부 - 제5관 선거관리위원회’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선관위를 헌법기관으로 하되 일반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감사원의 피감기관이 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유 시장의 설명이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타깃’이었다. 감사원과 선관위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 감사 대상에 선관위가 포함되느냐 아니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최근에는 두 기관의 기싸움이 여야 정치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국정조사와 특별감사관 도입 등을 당론으로 꺼내들었고 야당은 독립적 헌법 기관이며 수사를 통해 처벌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에 힘을 실어주는 쪽은 여당과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이들이며, 선관위에 힘을 실어주는 쪽은 야당인 민주당과 진보세력 등으로 양분되는 분위기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이재명 대표는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개헌론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 시장이 개헌을 적극 추진하는 것 자체가 이 대표와 부딪치는 지점이다. 더군다나 유 시장이 헌법 개정안 부칙에 개헌안으로 선출된 첫 대통령 임기를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2028년 5월29일로 못 박은 것도 이 대표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개헌안이 실현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개헌안 말미에 “토론회 등 각계 의견 수렴과 헌법 개정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명시했지만, 국회 과반을 넘기지 못한 국민의힘 의석수로는 어렵다. 게다가 유 시장은 원외 인사라는 점에서 당내 확장성을 꾀하기엔 한계도 분명하다. 당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유정복표 개헌안에 대해 ‘정략적 개헌’이라며 비판했다.
물론 ‘원포인트 개헌’의 경우 빠르면 40일 이내에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지방분권 개헌’을 실제 이뤄내기 위해서는 지난한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의종·김성호·하지은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