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계, 세제개편 시급 목청

기업 상속세율 할증땐 최고 60%

현실과 동떨어져 성장 저해 지적

한국의 기업 상속세율은 50%로, 최대 주주 할증 평가 시 실질 최고 세율은 60%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사진은 미추홀구에 위치한 주안산단 전경. /경인일보DB
한국의 기업 상속세율은 50%로, 최대 주주 할증 평가 시 실질 최고 세율은 60%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사진은 미추홀구에 위치한 주안산단 전경. /경인일보DB

정치권에서 상속세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인천지역 경제계에서는 기업의 존립을 담보하기 위한 상속·증여세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여야 정치권에서는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상속세 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승계 작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의 기업 상속세율은 50%로, 최대 주주 할증 평가 시 실질 최고 세율은 60%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인천 남동산단에서 자동차 전장 부품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연매출 300억원 규모 기업에 상속세율을 적용하면 기업 가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50억원이 세금으로 부과된다”며 “현금 보유율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사실상 회사를 털어서 상속세를 내야 하는 구조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어 “주변 기업인들이 힘들게 일군 사업을 포기하고 회사 부지·공장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진 이유”라고 했다.

상속세 등 기존 세제 부담을 크게 완화하는 방안으로 과세 특례가 적용되는 가업승계 제도가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요건 탓에 제도 활용도가 낮다는 게 현장 얘기다. 가업승계 제도는 상속 후 업종 유지 기간과 고용 인원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 주안산단에 위치한 한 금형 제조업체 대표는 “자동화 공장 체제를 도입해야 수익성을 확보하고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는데, 가업승계 제도를 적용하면 수년간 인력 구조를 재편할 수 없다”며 “제조업은 경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지만 여러 요건이 독소 조항으로 작용하면서 기업은 혁신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했다.

인천지역 경제단체들은 정부가 가업승계 절차에서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기보다는 경영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경영자총협회 등 경제인 단체들은 국회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제도 개선 방안을 요구할 방침이다.

박주봉(대주·KC 그룹 회장) 인천상의 회장은 “현행 상속·증여세법으로는 기업을 이어 나가기가 힘들다 보니 최근 많은 기업인이 알게 모르게 인수합병(M&A) 시장에 회사를 내놓고 있다”며 “통상환경 변화, 비용 상승 등 여러 여건으로 기업의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