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저승사자’는 오늘도… “납득 가는 납세 고민”
30여년간 만든 기법 공무원 기준 돼
타 지자체·소방당국 등 벤치마킹도
시민들 피해 없게 효율적 변화 추구

김훈 수원시 세정과장에게는 언제나 따라붙는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이 있다. 30여 년 가까운 공직생활 동안 김 과장이 끊임없이 개발한 조사 기법들은 어느새 전국 공무원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혁신에 부응이라도 하듯 세정과장 부임 첫해인 지난해 수원시는 세무조사를 통해 전년 대비 28.8% 상승한 추징액을 거둬들였다.
흔히들 세금이라고 한다면 내 수입을 덜어가는 것, 번거로운 것으로 인식된다. 기업과 소상공인에겐 발전을 가로막는 원망스러운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기적으로 세금을 거둬들이고, 기획 세무조사를 통해 숨겨진 돈을 끝까지 추적하는 세무 공무원이란 저승사자 같은 이미지일 것이다. 김 과장은 “실제로 2012년 세무관리팀(현 징수과 전신)에 근무할 당시 세금이 체납된 대포차를 추적하는 저에게 붙은 별명이 저승사자였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세간의 인식에도 그는 세무 공무원의 사명과 세금의 가치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잃지 않는다. 김 과장에게 세금이란 사회 질서 시스템에 동력을 불어넣는 산소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더욱 맑고 투명해야 한다.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하고, 성실하게 납세한 보람이 있게끔 더욱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이를 위해 김 과장은 다양한 세무조사 기법을 개발해왔다. 2016년 권선구청에서 근무할 당시 관내 농업용 토지에 불법으로 지어진 중고차 매장을 조사하기 위해 행정기관 최초로 드론을 사용했고, 2020년엔 키스콘(건설공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건설 과정에서 업체들이 고의적으로 누락시킨 세금을 포착했다. 이러한 김 과장의 창의적인 기법들은 타 지자체는 물론 소방 당국 등 공직사회 전반에서 벤치마킹하러 올 정도다.
그는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느 곳 하나 허투루 쓰여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은 김 과장의 다음 혁신으로 이어진다. 시 세정과는 그동안 종이로 보내던 세금 체납 고지서와 세액 고지서를 모바일 전자고지 시스템으로 전환 중이다. 이를 통해 종이 고지서를 점차 없애 나가면 시는 약 4억원 이상의 세금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또한 전국 최초로 이뤄지고 있는 사업이다. 김 과장은 “전자고시 시스템을 세정과 뿐 아니라 환경, 사회복지 등 전체 부서로 확장해 세금을 대폭 절감할 방향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납득이 가는 세금’을 위해 김 과장은 오늘도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그는 “저 또한 한 명의 납세자로서 늘 납세자의 편에서 피해가 가는 것은 없는지 고심한다”며 “성실히 일하며 세금을 내는 시민들과 소상공인, 기업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세금의 더 효율적인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