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회담 당시 이시바 총리의 칭찬

트럼프 ‘관세폭탄 공세’ 방어 평가

방위비 증액도 이미 3년전 결정사항

부모-자녀 교육·배우자 간 소통 등

공감 밑바탕때 가정·사회 관계 개선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미일정상회담이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취하고 있는 관세 폭탄과 영토 편입 공세를 이시바 총리가 잘 방어해 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 듯합니다. 그 이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 귀에 걸리도록 칭찬한 이시바 총리의 발언이 있었지요.

“텔레비전에서는 무섭고 매우 강한 성격이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매우 진지하고 강력했으며, 미국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 대해 이시바 총리에게 그 소감을 묻자 내놓은 답변이었습니다. 그는 또 2027년까지 방위비를 두 배 증액함으로써 동북아시아 평화에 기여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미 3년 전에 수립된 것이라고 하지요. 그럼에도 마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화답하는 것처럼 발표함으로써 그의 환심을 샀던 것입니다. 미국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아부의 예술’을 펼쳤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할 때 어느 정도의 아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윗사람에 대한 칭찬이나 듣기 좋은 말을 통해 관계도 좋아지고, 자신에 대한 인상이나 평가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정작 아부의 기술을 넘어 예술이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이를 활용하지 못합니다. 과연 어디일까요. 바로 가정, 집안입니다.

‘검사의 대화법’이란 책을 내고 처음으로 북콘서트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질문을 받았는데, 40대 남자분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과는 원만하게 지내고 성격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집에만 들어가면 딸과 부딪히곤 합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고 딸과 정말 잘 지내고 싶은데, 도대체 왜 그럴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이런 질문은 저를 포함하여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딸이나 아들과 잘 지내고 꽁냥꽁냥 재미있는 추억도 만들고 싶은데 현실은 완전히 반대로 되고 마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이들에 대한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나쳐 사소한 티끌이나 잘못도 용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과 사를 잘 구분하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어리석은 깨달음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심각한 관계는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 특히 아내가 하는 말에 쉽사리 동조하지 못하는 남편들이 주로 앓고 있는 고질병 중의 하나이지요. 딴에는 객관적으로 충고한다고 하지만, 아내로서는 지적질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저도 세월의 힘으로 깨달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내 편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지요. 조금 더 바란다면 순간적이나마 공감을 해주기 원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눈치 없는 남편은 “그럴 리가 없다. 저쪽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라면서 가르치려고 드는 것이지요. 결국 감정의 화살이 남편을 향하게 되어 부부 싸움으로 발전하는 게 보통의 결말입니다.

아부는 단순히 영혼 없는 칭찬으로 평가되어서는 안됩니다. 그 밑바닥에는 공감이라는 감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은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고, 그를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시바 총리는 외교의 영역에서 아부를 기술이 아닌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시바 총리의 태도를 굴욕이라거나 저자세라고 평가한 언론은 눈에 띄지 않는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결말이 궁금하긴 하지만 어쩌면 당장은 나라를 구한 아부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충고나 지적 대신 공감이 나를 구하고, 가정을 구하고, 직장을 구하고, 사회를 구하고, 나라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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