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빈소 지킨 서구 공무원들
자식 잃은 사연에 ‘온정’ 모이기도
이용우 의원, 복지부에 방지책 주문

영정 속 해맑게 웃는 소녀의 앳된 얼굴에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며칠 전 발생한 화재로 세상을 떠난 문하은(12)양은 엄마와 아빠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문양의 빈소가 5일 오전 인천 서구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문양 어머니, 유족을 지원하고 있는 서구 공무원과 구의원 등이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지켰다.
문양은 지난달 26일 서구 심곡동 빌라 4층에서 난 불로 중태에 빠졌다가 개학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끝내 하늘의 별이 됐다.
아이는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하며 누군가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방학 중 홀로 집을 지키다 발생한 참변이었다. 아버지는 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갔다. 1년여 전 투병 생활을 시작한 문양 아버지는 이날도 투석을 받고 힘겹게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문양 어머니는 “하늘에서라도 못 이룬 수의사의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며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했다.
이날 빈소에는 문양의 친구들이 찾아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소식을 들은 시민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보건복지부 장관, 지역구 국회의원실 등에서 보낸 근조기와 근조화환도 놓였다. 문양의 병원비와 장례비 등은 구청과 여러 단체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유족 앞에는 투병 중인 아버지의 치료비 등 현실적 어려움이 남아 있다. (3월5일자 6면 보도)
다행히 유족을 향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와 유족을 위해 써달라며 전날까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 기탁 등으로 후원금 900만원가량이 모였다.
더는 문양과 같은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2021년 6월부터 이 빌라에 살았던 문양 가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와 가스요금이 밀리는 등 형편이 어려워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같은 위기 신호를 감지했지만, 부모의 소득 등이 지원 기준에 맞지 않아 실질적 도움은 제공하지 않았다.
투병 중인 아버지, 일터에 나간 어머니, 혼자 남겨진 아이의 어려움이 끝내 국가가 세운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이날 빈소를 찾은 뒤 취재진과 만나 “코로나19 확산 시기 여러 복지 사각지대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했지만, 또 한번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방학 중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제도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지역구 이용우(민, 서구을) 국회의원은 전날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과 만나 재발 방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면담 자리에서 복지 사각지대 원인 파악, 유족 지원 방안 등을 요청했다”며 “조만간 다시 자리를 만들어 관련 사안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