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대학 ‘중앙동아리 승인’ 전무
소수자 인권 고민, 인식개선 불구
“투표권 가진 학생들 반대로 무산”

3월 개강과 함께 대학들의 동아리 모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경기도 대학에서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부재가 두드러지며 캠퍼스 내 다양성 존중 문화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앙동아리 승인 과정에서 다수결 원칙이 적용되면서 퀴어동아리가 공식적으로 자리 잡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자리한다.
5일 현재 도내 대학 중 퀴어동아리를 운영하는 곳은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아쿠아),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외행성),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하이퀴어) 등 3곳으로 파악됐다. 경기대학교와 아주대학교 등에도 한때 퀴어동아리가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대학 내 퀴어동아리는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소수자 권익 증진과 인식 개선을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성소수자 학생들이 안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한국 사회의 소수자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실제 이들은 대학 내 학생 운동이 옅어진 상황에서 인권 캠페인, 혐오 발언 대응 등 학내외 인권 의제와 관련된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서울권 대학과 도내 대학 간의 차이는 뚜렷하다. 서울에서는 대표적으로 서울대학교(QIS), 연세대학교(컴투게더), 고려대학교(사람과사람) 등 일부 대학에서 퀴어동아리가 중앙동아리로 승인받아 공식적인 공간과 안정적인 예산을 지원받는다. 해당 대학 외에도 서울권 대학 곳곳에서는 퀴어동아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반면 도내 대학 퀴어동아리는 중앙동아리 승인을 받은 곳이 한 군데도 없으며 대다수가 비공식 모임으로만 운영되다 사라지고 있다. 도내 대학들의 중앙동아리 승인과 관련한 규정을 보면, 정족수의 근소한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형식적으로 다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도내 대학 퀴어동아리에서 활동했던 A(20대)씨는 “중앙동아리 신청을 안 해본 게 아니다. 하지만 중앙동아리연합회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은 비퀴어 학생들로,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강하게 표출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결국 다수결 결정 구조가 성소수자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면서, 이들이 학내에서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낼 여지가 사라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성소수자 학생들이 대학교에서 동아리를 만들겠다는 기본적인 요구조차 동료 학생들에 의해 가로막힌다면 이는 비극적인 일”이라며 “소수자 문제를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으며, 다수결이라는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가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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