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못버텨 이달부터 운영 중단

수가 낮아 정상가동해도 마이너스

응급실 진료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는 인천보훈병원의 응급실 앞을 5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5.3.5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응급실 진료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는 인천보훈병원의 응급실 앞을 5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5.3.5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오늘 (국가유공자인) 남편 진료가 있어서 함께 병원에 왔다가 응급실이 문 닫은 걸 알게 됐네요. 이러다 병원 진료마저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5일 오전 11시20분께 인천보훈병원을 찾은 최재금(75)씨는 병원 출입문에 붙은 ‘응급실 운영 중단’ 안내문을 보고 한숨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유공자인 남편 이장호(81)씨가 진료비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인천보훈병원을 자주 이용하는데, 응급실에 이어 병원마저 문을 닫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했다.

인천보훈병원은 이달 1일 응급실을 잠정 폐쇄했다. 지속적인 적자가 이유다. 인천보훈병원은 인천권역과 경기 서부지역의 취약한 보훈 의료시설을 강화하고자 2018년 인천 미추홀구에 문을 연 공공 의료기관이다. 국가유공자와 지역 주민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지만 개원한 해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천보훈병원은 ‘종합병원’이 아닌 ‘병원급’(일반병원)이다. 종합병원 최소 기준(100개)보다 많은 137개 병상을 갖췄지만, 정작 의료수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비용)가 종합병원보다 낮아 병상을 모두 가동해도 적자라는 게 인천보훈병원 측 설명이다. 일반병원은 응급실 운영이 필수가 아닌 만큼, 인천보훈병원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응급실 문을 닫기로 했다.

병원을 이용하는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은 의료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고령일수록 응급실에 올 가능성이 높은데, 최악의 경우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응급 의료기관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최재금씨는 “지난달 말 남편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아 급하게 119를 불러 이곳 응급실에 왔는데, 진료가 어렵다고 해서 다른 병원으로 가야 했다. 그때부터 이미 불안했다”며 “응급실 없는 보훈병원은 의미가 없다. 의사도 병실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 아버지를 둔 임효순(78)씨는 “고령의 아버지가 국가유공자 혜택을 받으니까 (인천 서구에서) 멀더라도 일부러 인천보훈병원을 찾는다. 최근에도 아버지 팔이 갑자기 탈골돼 응급실에 온 적이 있다”며 “국가유공자를 위한 의료 혜택인 만큼 다시 응급실도 제대로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인천보훈병원 관계자는 “공공 의료기관이긴 하지만 운영 수지 부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병원 운영을 개선해 응급실을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