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입법기관, 구제제도 연장 ‘공감대’
유엔 아동권리협약 비준 ‘모든 아동은 차별 없이 교육’ 내용 근거
도교육청, 학습권 보장되지 않는다 보고 법무부에 제도연장 건의

미등록 이주아동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대책 마련의 책임은 결국 정부를 향한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도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법무부에 구제대책의 연장을 건의했다.
5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이더라도 거주사실만 확인되면 초·중·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다.
법무부도 지난 2010년 관련 지침을 마련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에 대해서는 단속과 추방을 유예하도록 했다.
이처럼 이주아동들이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학습권을 보장받고 있는 건 한국 정부가 모든 아동은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류자격이 없는 이주아동들은 학교만 다닐 수 있을 뿐 ‘외국인등록번호’가 필요한 모든 활동에서 제약을 받아왔다.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체험학습에 참여하지 못하고 경시대회 참가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학교를 졸업하면 추방될 수 있다는 위협이 남은 상태에서는 학업에 몰두하기도 쉽지 않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상황을 이주아동들의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보고, 법무부에 이달 만료 예정인 한시적 체류허가 제도의 연장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를 졸업하면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는 상황은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학교에서는 급식, 방과후 등 다양한 활동을 외국인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차별 없이 제공하고 있다. 아동들이 공부하고자 하면 대학 진학이나 취업도 수월하도록 법무부에 제도 연장의 필요성을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역시 최근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구제제도의 연장을 법무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경기도는 지난 2022년 기준 외국인 주민이 75만명(5.5%)에 달하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하려고 해도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현황 파악조차 불가능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주아동을 대상으로 보육료를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미등록 이주아동은 현황 자료가 없어 지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문화 속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건 인권 차원에서 당연하지만, 지원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관계기관과의 의견 수렴과 충분한 검토를 거쳐 이달 중으로 구제제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구제제도의 연장과 더불어 한국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이주아동을 위한 새로운 체류자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하고 공교육을 이수한 이주아동을 대상으로, 학업·구직·취업을 포함한 활동 범위에 제한이 없고 영주권을 받기에도 수월한 이른바 ‘징검다리 비자’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성장한 이주아동을 대상으로 학업, 일, 진로탐색 등을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거주비자를 주자는 것”이라며 “이미 한국사회에 적응했고, 정착 의지도 높은 이들이 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영주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