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파괴용도 폭탄 8발 비정상 투하
공군, 신고 두 시간 가까이 돼서야 인정
불발탄 조사 위해 폭발물 처리반 투입
포천시 이동면의 민가로 훈련을 하던 공군 전투기 폭탄이 떨어져 주민 등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포탄이 떨어졌다”는 신고 초기부터 전투기에 의한 오발 사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공군은 발생 2시간 가까이 된 시점에서야 오발 사고를 시인했다.
공군 폭탄 8발 비정상 투하… 15명 다쳐
6일 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공군, 육군과 주한미군이 참여하는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열렸고 공군은 F-35A·F-15K·KF-16·FA-50 등 전투임무기를 투입했다.
공군은 이 가운데 KF-16에서 이날 오전 10시4분께 MK-82 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돼 사격장 외부에 낙탄됐다고 설명했다. MK-82 폭탄은 건물·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 폭탄으로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된다.
공군은 박기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경위 및 피해 상황 등을 조사 중이다. 비정상 투하는 지상 요원의 통제·조종사의 기기 조작·기체 컴퓨터 성능·폭탄의 장착 상태 등에 오류가 생겼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확한 오발 원인은 추후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오발로 인한 폭탄이 오전 10시5분께 포천 이동면 노곡리 낭유대로 인근 노상에 떨어지면서 성당과 주택 등 건물 여러채가 파손됐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총 15명(중상 2, 경상 13)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간이 지나며 추가로 부상을 호소한 주민들이 있어 부상자가 늘었다. 다만 심정지나 위중한 이는 없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인근 주민들 “전쟁난 줄 알아”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노곡리 주민 고모(65)씨는 “포탄이 떨어진 장소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도 폭발소리가 크게 났다”며 “집이 부서지고 충격에 주변 집들의 유리창이 깨졌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이동면 주민 김모(87)씨는 “아침에 벼락치는 소리가 두 번 정도 났고, 집이 흔들릴 정도였다”면서 “전쟁이 난 건 아니냐”고 되물었다.
사고 지점 주변 학교는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면서도, 학부모 등이 피해를 입진 않았을지 상황을 파악 중이다. 포천노곡초등학교 교감 A씨는 “학교와 거리가 다소 있는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해 큰 폭발소리가 들린 것 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고, 수업은 정상 진행 중”이라면서도 “학부모들에게 안전 관련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학교 종사자와 학부모들이 사고로 연관돼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당국 경위 늑장 설명 ‘도마 위’
사고 경위 관련 군당국의 늑장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고 초기부터 관계 당국에서는 전투기에 의한 오발 사고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정작 공군은 사고 발생 1시간40분이 지날 때까지 경위는 물론 사고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비정상 투하된 8발 가운데 몇 발이 사고 지점으로 향했는지 등 세부 내용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현재 군은 폭탄이 완전히 폭발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폭발물 처리반(EOD)을 투입해 현장에서 불발탄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사고 현장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져 전면 통제됐으며,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공군은 “비정상 투하 사고로 민간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부상자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며 “피해배상 등 모든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고 했다.
/조수현·최재훈·마주영기자 joeloach@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