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파편이 날아들면서 깨진 유리창. 2025.3.6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포탄 파편이 날아들면서 깨진 유리창. 2025.3.6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6일 오후 12시께 훈련 중인 공군 전투기에서 폭탄이 떨어진 포천시 노곡리 마을. 현장 통제선이 설치된 낙탄 지점 인근은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모인 군 관계자들과 경찰·소방으로 어수선했다.

평화로운 일상이 깨진 포천시 노곡리 마을 주민들은 “생전 처음 듣는 굉음에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이풍섭(65)씨는 “전투기가 ‘웽’ 소리를 내며 날아가더니 별안간 ‘쾅’ 소리가 났다”며 “컨테이너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위를 쳐다보니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고로 깨진 진열대 뒤 유리창. / 독자 제공
사고로 깨진 진열대 뒤 유리창. / 독자 제공

이 씨는 “평소에도 전투기가 다니는 소리가 자주 나는 동네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늘 한미연합훈련이 있는 지도 몰랐다”며 “평범하고 조용한 동네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토로했다.

사고 현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철물점은 폭탄 조각이 안으로 날아 들어와 가게 유리창 여러개를 산산조각 냈다. 철물점 입구 바닥에는 깨진 유리 조각과 날아든 파편으로 추정되는 쇳덩이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바로 앞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의 뒷 좌석 창문도 전부 부서져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조모(31)씨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큰 소리가 나니까 손님들도 벙져 밖으로 나가볼 생각을 못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씨는 “폭발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전쟁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갔다”며 “멀리서 전봇대 두개 사이로 검은 연기가 피어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폭탄 파편으로 추정되는 쇳덩이. /독자 제공
폭탄 파편으로 추정되는 쇳덩이. /독자 제공

이날 오폭 사고로 마을에서는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2명이 중상, 13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상자의 가족은 “평소처럼 부대로 출근해 동료들과 현장으로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다”며 “목 바로 밑에 파편이 깊게 박혀 지금 응급 수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군과 소방당국은 이날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공군, 육군과 주한미군이 참여하는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열렸고, 훈련 중인 전투기에서 오전 10시4분께 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돼 사격장 외부에 낙탄됐다고 설명했다.

군의 오폭 사고로 마을이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과 관련해 포천 군관련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현장에 방문해 사고가 해결될 때까지 사격 훈련을 즉각 중단하고, 원인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촉구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