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발견해도 지원 못 받는 현실
한정된 예산·만연해진 개인주의 등
한계 뚜렷… 깊어지는 지자체 고심

인천 서구 빌라 화재로 희생된 열두 살 소녀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었다. 각 광역·기초자치단체는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안타까운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반복되는 복지 사각지대 비극
며칠 전 인천 서구 심곡동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문하은(12)양이 목숨을 잃었다. 방학 중이던 지난달 26일 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간 아버지,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간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에 발생한 참변이었다.
집 우편함에 각종 공과금 체납 고지서가 가득 쌓일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같은 위기 신호를 감지했지만, 부모의 소득과 재산(차량) 등이 지원 기준에 맞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앞서 2022년 8월 수원에서는 빚 독촉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당시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이렇다 할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했다.
2014년에는 서울 송파구에 살던 세 모녀가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한 사건이 있었다. 11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를 찾기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이 시행됐지만, 잊을만하면 복지 사각지대에서 비극이 생기고 있다.
■위기가구 발굴 노력에도… 한계 여전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천에선 지역 주민과 협력해 위기가구를 찾는 다양한 사업이 도입됐다.
미추홀구는 지난해부터 식당, 미용실, 편의점, 부동산 등을 ‘이웃애(愛) 상점’으로 지정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발견했을 때 행정복지센터로 연계하도록 하고 있다. 중구는 통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주민 등으로 구성된 ‘이웃지킴이’를 운영 중이고, 남동구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도로 ‘이웃사촌 서로살핌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화재 사건이 발생한 서구도 산하 기관인 서구복지재단과 협력해 주민들로 구성된 ‘희망의 반딧불’을 조직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찾고 있다. 주민이 위기가구를 발굴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지자체(부평구, 계양구, 동구)도 있다.
하지만 이웃의 관심 부족, 복지 담당 공무원 업무 과중, 한정된 예산 등 한계는 뚜렷하다.
인천 한 기초자치단체 복지 담당 공무원은 “각종 요금을 체납해 복건복지부로부터 내려오는 위기가구 대상은 연평균 (담당하는 지역에만) 1만4천가구인데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많아야 3~4명”이라며 “대상자들에게 유선으로 전화를 돌리고, 받지 않을 경우엔 방문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역주민과 협력하고 있는데, 이웃 간 관심이 부족해지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기초자치단체 복지 담당 공무원은 “위기가구를 발견하더라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1회성 지원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며 “자원(예산 등)이 한정돼 있어 모든 지원을 다 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도시 지역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사회자본(인간관계 등으로 형성되는 가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각 지역에 있는 민간 복지관이 주민들을 조직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화 등 비대면으로만 상담이 이뤄질 경우 그 가구의 위기 신호를 단번에 감지하기 어렵다”며 “광역자치단체인 인천시가 복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적극 행정을 펼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효은·변민철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