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멜론·지니 등 유명 음원 플랫폼에서 온갖 욕설이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묘사,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 표현 등이 담긴 음원들이 어떻게 버젓이 유통될 수 있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이른바 ‘19금’ 음원을 발매한 이가 다름 아닌 청소년인 것을 확인했을 때는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국내 음원 유통시장과 정부의 심의 구조 등을 파헤치자 제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플랫폼에 등록되는 음원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사후’ 심의만 거치면 된다. 19금인지 아닌지만 심의할 뿐, 제작자가 미성년자인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음원 기사가 범죄를 조장하는 등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불법정보’에 해당하는 수준이어도 유통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정부 관계부처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여성가족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음원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어 제도를 개선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에 대한 심의와 청소년 보호 업무는 여성가족부 소관이어서 달리 대책이 없다고 했다. 불법정보를 심의해 플랫폼에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뒤로 물러섰다. 방심위는 그동안 음원은 심의해본 적이 없어서, 이를 심의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음원 유통사와 플랫폼은 정부 핑계를 댔다. 유해 음원의 유통을 막도록 하는 지침이나 규정 등이 없다는 것이다. 접촉한 유통사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 19금 음원을 발매할 수 있는 구조가 모순이라고 공감하면서도 정작 청소년의 음원 발매를 도왔다고 시인했다.

정부 관계부처와 음원 업계 등이 저마다 발을 빼니 어떻게 개선책을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청소년이 제작한 유해 음원들을 듣고 있으면 섬뜩할 정도다. 노동자·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폭행·살인하겠다거나, 어머니·여자친구 등 여성을 강간하겠다는 등 그야말로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경인일보의 연속 보도 이후 다행히 국회가 해법 찾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은 관련 법을 개정해 음원 유통업계에 청소년 보호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일부 음원 유통사들은 청소년이 만든 유해 음원은 유통하지 않기로 정하는 등 이미 자정 노력에 나서기도 했다. 청소년·여성 인권 단체들도 국내 음원 시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했다. 유해 음원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변화가 시작됐다.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