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기존 전략 바꿔 민간병원도 염두
‘공항·감염병’ 특화 건립에 초점 맞춰

내년 7월 1일 행정체제 개편으로 ‘영종구’ 출범을 앞둔 가운데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은 하루빨리 종합병원이 들어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인구 13만명 돌파를 앞둔 인천 중구 영종도(영종·용유지역)에는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24시간 진료 체계를 갖춘 의료기관이 있지만,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재난 사태나 감염병 확산에 대응할 규모는 아닙니다.
인천시가 영종도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 수년간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 분원을 영종도에 유치하기 위해 협의를 이어왔지만, 의대 정원 문제로 ‘의정갈등’이 장기화하자 서울대병원 측이 난색을 보이며 중단됐는데요. 인천시는 전략을 바꿔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민간 종합병원을 유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며 영종 종합병원 신설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권 병상 제한’에 제동 걸린 종합병원 유치
지난달 말 기준 영종도 인구는 12만8천665명으로 13만명 돌파를 목전에 뒀습니다. 인천시는 영종국제도시를 개발하면서 계획 인구를 약 18만명으로 잡았는데요. 인천공항이 4단계 건설사업을 진행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복합리조트가 들어서자 영종도에서 출퇴근하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지만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은 영종도 내 한 곳도 없습니다. 영종 주민들이 응급실을 찾으려면 인천대교나 영종대교를 지나야 하죠. 영종도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운서역을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인하대병원인데,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29㎞를 가야 합니다. 도로가 막히지 않아도 최소 30분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죠.

인천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영종도에 서울대병원 분원을 유치하는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서울대병원이 ‘의대 정원 문제가 해결된 뒤 논의하자’며 협상 테이블을 벗어났습니다.
설상가상 보건복지부가 수도권 지역 병원 병상 증가를 제한하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영종도 종합병원 유치는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지난해 7월 복지부는 수도권 지자체에 2027년까지 병상을 늘리지 않도록 병상 수급 계획을 수정·보완하라는 공문을 보냈는데요.
복지부는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시·도별로 진료권역을 설정해 병상 공급 기준을 ‘공급 제한’ ‘공급 조정’ ‘공급 가능’으로 구분했습니다. 인천은 중부권(중구·동구·미추홀구·옹진군), 남부권(남동구·연수구), 동북권(부평구·계양구), 서북권(서구·강화군) 등 4개로 나뉘어 있죠. 이 가운데 남부권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권역이 모두 ‘공급 제한’ 지역에 속해있어 당장 병상을 늘리기란 불가능합니다.
지역사회 ‘종합병원 건립’ 촉구… 국회선 관련 법 개정안 발의도
종합병원 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지역사회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영종도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는 지난달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제1의 국제공항인 인천공항이 있지만 영종도에는 종합병원이 없다”며 “대형 항공사고 발생 시 신속한 응급의료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참사가 발생한 뒤 공항 내 대형재난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 세워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죠.

영종도 정치권도 동참했습니다. 중구의회 소속 김광호(민·나선거구), 강후공(국·나선거구), 정동준(민·가선거구), 윤효화(민·가선거구) 의원이 ‘인천공항 인근 항공재난·감염병 대응 특수목적 공공병원 설립 촉구’ 성명을 지난달 20일 발표했습니다. 대형재난 사고뿐 아니라 국내 관문인 인천공항 특성상 감염병이 유입됐을 경우 이를 선제 차단하는 종합병원이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허종식(민·인천동구미추홀구갑) 국회의원은 영종도 종합병원 설립에 필요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허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안’ ‘의료법 일부개정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일부개정안’을 지난달 12일 발의했죠.
개정안 주요 내용은 공항에서 항공 관련 사고가 났을 경우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공항공사가 종합병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습니다. 또 현재 감염병예방법상에 호남권·충청권·경남권·경북권·수도권으로 나뉘어 있는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권역을 재편해 수도권을 없애고 경기·강원권과 인천권, 제주권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인천공항·감염병 대응 논리로 병원 유치 전략 재설계… 개정안 국회 통과 ‘관건’
지역사회 여론과 정치권의 대응에 힘입어 인천시도 영종도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기 위한 작전을 짰습니다. 기존에는 ‘인구가 늘어나는 영종도에 종합병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머물렀지만, 국제공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사고와 감염병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특수성’을 지닌 종합병원이 필요하다는 전략을 내세웠는데요. 인천시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영종도를 ‘공급 제한’ 권역에서 제외해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다만 복지부가 영종도의 특수성을 인정해 종합병원 병상 제한을 해제하려면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하죠. 결국 허종식 의원이 발의한 ‘3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는 일이 우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다만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인천시는 공항공사를 비롯한 관계 기관과 소통하면서 법안이 통과되는 즉시 종합병원 건립에 속도를 내도록 준비할 방침입니다. 또 영종도에 종합병원 설립 의향이 있는 의료기관들과 소통하며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민간 종합병원을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영종도가 인천시 중구에서 ‘영종구’로 이름을 바꾸기까지 이제 500일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관문 역할을 해온 영종도에 지역사회 숙원인 종합병원 건립이 행정체제 개편을 앞두고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