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크루, 취미 넘어 ‘하나의 문화’로
신드롬 뒤 에티켓 등 자정 시급 지적
공원·트랙 등 이용 지자체 도움 필요

지난해 11월 11일 저녁 8시께 찾은 동탄 여울공원. 화성·오산 러닝 크루인 부스터 크루원 30여 명은 게스트로 찾아온 3명의 ‘런린이(러닝+어린이)’를 박수로 환영하며 러닝을 시작했다.
러닝 초반에는 별다른 대화 없이 오직 러닝에만 집중했다. 20분이 지났을 즈음,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크루원이 생기자 그룹을 이끄는 페이스메이커가 옆에서 가벼운 대화를 하며 속도가 줄지 않도록 힘을 북돋아줬다.
이날 러닝은 총 8레인으로 구성된 공원 트랙에서 1레인과 2레인만을 이용해 2열을 유지하며 뛰었다. 한 그룹을 최대 10인으로 구성해 여울공원의 트랙을 40분 동안 달리며 함께 트랙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줄였다.
러닝 크루는 이제 개인을 위한 취미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신인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러닝 자체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되는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취미 활동이지만, 크루를 이루어 진행한다면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러닝 크루 열풍은 여러 갈등 상황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민폐를 끼치며 마구잡이로 달리는 일부 러닝 크루를 칭하는 ‘런라니(런+고라니)’란 신조어는 이같은 현상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신 교수는 “타인에게 방해되지 않고 러닝 문화를 즐길 방법을 고민하는 크루의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랙 등 러닝 공간에서 정립된 에티켓이 공유되지 않아 갈등을 빚기도 한다. DKRC(단국대학교 러닝 크루)의 이현석 크루원(27)은 “러닝 트랙에서 안쪽 레인은 빠르게 뛰고 바깥쪽 레인은 걷거나 산책하는 분들을 위한 레인으로 구분돼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크루와 시민들 간 러닝 에티켓이 잘 공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닝 에티켓이 지역 사회에 자리를 잡으려면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관련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다. 화성도시공사 1부에서 관리하는 시내 러닝 트랙 10개 중 걷기와 달리기를 구분하는 안내판이 설치된 곳은 동탄 여울공원과 센트럴파크 등 2곳뿐이다.
최근 일부 러닝 크루는 공공재인 공원과 트랙을 이용하는 만큼,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SRC(수원 러닝 크루)는 강원도에서 ‘런트립’을 진행하며 지방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참가비를 모아 마약 범죄 예방 단체에 기부하는 ‘Stop Drug, Go Running’ 캠페인 등을 주최했다.
박병진(35) SRC 크루장은 “규모가 큰 크루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학생기자단(강예진·김예은·김정민·손유진·신동현)
※ 해당기사는 경인일보-단국대학교의 학생기자단 교류를 통해 단국대학교 재학생이 직접 취재·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