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손님, 남동유수지 찾아 번식

70명 자원봉사자 모여 ‘터’ 정비

최근 민물가마우지가 서식 방해

맹금류 모양의 연 설치 등 대처

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이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저어새 큰 섬에서 올해 번식을 위해 찾아올 저어새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환경정비를 하고 있다. 2025.3.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이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저어새 큰 섬에서 올해 번식을 위해 찾아올 저어새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환경정비를 하고 있다. 2025.3.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반갑다, 저어새야!”

9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유수지에 자원봉사자 등 시민 70여 명이 모였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제205-1호)인 저어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주변을 청소하기 위해서다. 저어새는 매년 3월께 인천을 찾아와 4~7월 번식한다. 전날(8일)에는 남동유수지에서 올해 처음으로 저어새 4마리가 관측됐다.

자원봉사자들은 저어새가 둥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나뭇가지들을 배에 실어 남동유수지 내 ‘큰섬’으로 옮겼다. 가로·세로 약 0.5m 크기의 오목한 형태로 흙을 판 뒤 주변에 나뭇가지들을 둘러줬다.

“올해도 아기 저어새들이 깨끗한 둥지에서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김지환(석천초 6학년)군은 “저어새 섬 둥지 청소에 참여하는 게 이번이 세 번째”라며 빙그레 웃었다.

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이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저어새 큰 섬에서 올해 번식을 위해 찾아올 저어새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환경정비를 하고 있다. 2025.3.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이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저어새 큰 섬에서 올해 번식을 위해 찾아올 저어새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환경정비를 하고 있다. 2025.3.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에 있는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저어새를 처음 알게 됐다는 주수지(23)씨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데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인천에 온 저어새는 남동유수지 2개의 인공섬에서 주로 번식한 후 10월 중순께 일본, 대만, 홍콩 등지로 떠난다. 2009년 ‘작은섬’에서 저어새의 번식이 처음 확인됐으며, 2018년 ‘큰섬’을 추가로 만들었다. 지난해 인천에서 번식을 시도한 저어새는 280여 쌍, 태어난 새끼는 500여 마리로 파악됐다.

최근 저어새 섬에는 고민거리도 생겼다. 지난해 민물가마우지 50여 쌍이 작은섬에 둥지를 틀면서 저어새가 머물 곳이 줄었다. 저어새보다 일찍 인천에 오는 가마우지는 저어새 둥지 터를 선점하고 일부는 텃새로 자리 잡는다. 이에 지난해 인천에 온 저어새는 대부분 큰섬에서 번식했다.

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이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저어새 큰 섬에서 올해 번식을 위해 찾아올 저어새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환경정비를 하고 있다. 2025.3.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이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저어새 큰 섬에서 올해 번식을 위해 찾아올 저어새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환경정비를 하고 있다. 2025.3.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주로 나무에 둥지를 트는 가마우지가 저어새 섬에선 높게 나뭇가지를 쌓아 둥지를 만든다”며 “저어새와 공존하는 재갈매기와 달리 가마우지는 저어새의 둥지를 대신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저어새 생태학습관은 가마우지가 늘지 않게 맹금류 모양의 연을 섬 곳곳에 설치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권인기 관장은 “저어새가 남동유수지에서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