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0만 연수구에 ‘송도 자치구’ 주민 요구
“지방자치 정신 일치·재정 유출 반대” 명분
구청장도 지역 국회의원도 이에 얽혀 공방
행정 체제 복잡성 해소 필요·정치 책임 강조

현재 인천 연수구 인구는 40여 만명이다. 1995년 3월 남구에서 분리돼 연수구가 탄생했다. 이후 30년이 지나면서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신도시와 원도심으로 나뉘어 있다.
최근 송도국제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송도 개발로 인해 얻어지는 재정은 송도 발전을 위해 재투자해야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송도특별자치구’로 분구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뒤질세라 주민 여론에 편승한 여야 정치권에서도 송도 분구론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모 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6월 연수구 원도심과 송도국제도시를 분리하는 ‘송도 분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국회의원 주장에 따르면 송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연수구, 인천항만공사 등 관련 기관이 분리돼 있어 행정력 손실을 줄이고 주민들의 인허가 민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분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직 구청장은 송도 분구가 3년 안에 완성된다면 구청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배수진을 치면서 분구는 다단계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만일 국회의원 주장대로 임기 내 완성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불출마를 약속하라고 압박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연수구의 분구는 지금 논할 사안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분구를 위한 기본 조건도 갖춰지지 않았으며 지역 여건을 고려했을 때도 현재로서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정해권 인천시의회 의장도 불가능한 사안을 가지고 여야 정치인이 마치 주도권 싸움을 하는 모습으로 비쳐 안타깝다며 원도심과 신도시 주민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민심을 갈라놓는 현상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송도 모 주민단체 대표는 ‘분구는 지방자치 정신에 맞는 얘기’라고 주장한다. 또 송도에서 발생한 재정을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는 것을 반대한다. 분구로 인해 재정이 악화된 지역(원도심)은 국고 지원을 더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재정이 좋아지면 국고 지원을 그만큼 적게 받으면 되기에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반면 원도심 주민들은 자기네들(송도)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지역이기주의의 극치로, 정치인들은 표만 의식해 무책임하게 지역을 갈라놓고 민심을 이반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분구가 되면 원도심은 재정 악화로 파산 위기에 몰려 자생력을 잃게 되고 결국엔 다른 구(區)로 편입될지도 모른다며 강력 반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해 9월 송도 분구와 관련해 인구, 면적, 지리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연수구 분구론은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개발 목표연도인 오는 2035년이 되어도 인구는 3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돼 분구가 절실하지 않다. 송도가 완성되면 특별법인 경제자유구역법도 시효가 끝난다. 이런 것을 모를 리 없는 정치권에서 경제자유구역이 영원히 특별 보호를 받는 지역인 양 주민들을 선동해 표를 구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행정 체제는 다단계식으로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다. 또 특별자치도, 특례시, 특별자치구 등 ‘특별’이라는 명칭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오히려 정리와 통폐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열악한 재정 자립도로 중앙에 의존하는 자치단체의 현실을 개선하고 지방자치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광역시도의 기초의회 폐지, 국회의원 수 감축, 행정구역 통폐합 등을 통한 분권 강화가 우선이다. 마침 자치분권을 기조로 하는 헌법 개정 움직임도 있으니 자치단체가 숫자가 아니라 자치라는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힘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
지역의 균형발전은 비단 광역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도 절실하다. 연수구가 분구될 경우 행정의 효율성 측면이나 인천시정의 균형적 측면에서 어느 한쪽으로 확연히 기운다면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거론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신원철 인천 연수구 초대·2대 민선구청장·객원논설위원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