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정치부 차장·인천경기기자협회 사무국장
강기정 정치부 차장·인천경기기자협회 사무국장

일본 최대 지역 신문사인 주니치 신문사를 찾았을 때다. 한국 언론사들의 경우 광고 수입이 전체 수익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 주니치 신문 기자들은 의아해 했다. “광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까지 크면, 아무래도 저널리즘을 구현하는데 영향을 받지 않나요?” 뜨끔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서글퍼졌다.

신문윤리강령은 언론의 자주성을 명시한다. 정치·경제·사회·종교 등 어떤 세력의 간섭도 거부해야 한다는 점, 모든 침해와 압력·제한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한다는 점을 담았다. 이를 토대로 구현돼야 할 저널리즘은 애석하게도 때때로 기로에 선다. 운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소규모 지역 언론사일수록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온전히 이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신문을 찍어낼 회사, 기사를 실어줄 회사가 문 닫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목소리에 말문이 턱 막히는 것은 현실이 결코 장밋빛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터다.

그럼에도 많은 지역 언론인들은 소명 의식을 갖고 부지런히 일한다. 지역 언론인들의 업이 매우 가치 있음을, 로컬 저널리즘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함을 믿어서다. 간섭을 배제하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기자 스스로도, 언론사 전체도 매일 크고 작은 고민과 다툼을 이어간다. 꺾이고, 부러지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정도를 걷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의장 개회사, 양당 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 내용이 언론사 지면 1면에 실리지 않으면 그 언론사 홍보비를 제한하라”는 요구에 지역 언론인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한 언론관을 노출한 것이지만 언론 자유를 위한 지역 언론인들의 피 땀 어린 고민, 투쟁을 가벼이 여겼다. 악화일로를 걷는 현실 속 지역 기자들이 언론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것과 싸우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오늘도 어김 없이 고민하고 다투는 하루가 될 것이다. 현실은 서글프지만 그래도 우리의 일은 가치 있기에.

/강기정 정치부 차장·인천경기기자협회 사무국장